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주52시간 시행 2주]'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오명 벗나…"시간 단위로 업무 세분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한국
7월부터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경제계 미리 준비, 시간 단위로 업무
"'탄력근로제' 3개월서 1년 확대 해야"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7월 시행되면서 경제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등의 노력 외에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 성과 측정 방식 등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제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도 도입 전 미리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수행했지만 충격파가 커 아직 일부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업무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의 근로 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시간 단위로 업무를 쪼개 근무를 관리하는 등 근로 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왜 52시간인가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07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2번째로 길다.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2348시간)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두 번째로 오래 일했다. OECD 회원국 평균(1692시간)보다 379시간 더 일하는 것이다.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01시간)에 비하면 770시간을 더 일했다. 하루 8시간, 한달 22일 일한다고 볼 때, 독일보다 한해 4.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간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돼야 출산율(1명당 출생아수 1.17명)이 증가하고, 소비가 살아나는 등 파생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여기에 '당사자가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52조)'는 연장근로가 허용돼 최대 52시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행정 해석 때문에 주당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정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1주일'에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유지해왔다. 즉, 1주일이 7일이 아닌 5일로 계산, 휴일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연장근로(12시간)에도 포함하지 않아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8시간씩 16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최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됐다. 주당 기본 근로시간인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합쳐 최대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사업주에겐 근로기준법 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계서는 '유연근무'로 대응 =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실험ㆍ운영하면서 제도 도입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 갤럭시 스마트폰 등 제품 출시 전 수개월 간 야근을 해야하는 연구 개발(R&D) 부서의 경우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부적합하다고 판단, 7월부터는 월 단위의 총 근로 시간 안에서 직원 스스로 일별ㆍ주별 근무시간을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이는 1개월 동안 미리 정해진 총 근로 시간에 맞춰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제도다. 특정주 40시간, 특정일 8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정산기간을 평균해 주 40시간을 넘지 않으면 연장 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개발 직군은 직원이 근무시간 관리의 권한을 부여받는 ‘재량근로제’도 시행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따라 직원들은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생산직은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LG전자도 2월부터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근로 자율성을 보장했다. 이에 따라 사무직 직원들은 주 40시간을 근로하는데,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3월부터는 생산직 근로자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 사실상모든 직원의 근로 시간이 단축됐다.

SK하이닉스도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3월부터 유연근무제를 적용했다. 유연근무제 적용으로 직원들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1일 4시간 이상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 조정을 할 수 있다.

현대차도 5월부터 사무직에 한해 유연근무제 시범운영했다. 현대차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하루 근무 시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실제 업무 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는 방식의 근무시간 관리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KT는 제도 개선와 함께 변화된 환경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 복무 관련 사내인프라 개선을 통해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복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일’ 단위로 운영하던 근무관리를 ‘시간’ 단위로 세분화했다. 또 업무 특성상 부분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한 직무에는 3가지 유연근로제(선택근무제·코어타임 근무제·재량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업무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다양한 시스템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이마트는 ▲PC 셧다운제 ▲불필요한 업무 스크랩 ▲회의·보고 문화 개선 등 업무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밖에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부서·개인별 업무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업계 특성 고려…'탄력근로제' 확대 필요" = 경제계에서는 근로 시간 단축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업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주간' 단위가 아니라 '분기' 혹은 '연간'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주장하고 있다. 업무가 몰리는 특정 시점에 맞춰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탄력적근로시간제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로, 단위기간은 2주며 노사의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가능하다.

가령 반도체의 경우 최근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만큼 연중 내내 R&D, 마케팅, 판매가 이뤄지는데다 성수기 대표 제품인 에어컨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나 여름에만 판매되지 중동국가등에선 연중 판매된다는 설명이다.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맞추기가 힘든 생산현장도 고민이 크다. 반도체 업계는 공장 특성상 공장 가동을 1시간만 멈춰도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재계에선 탄련적 근로시간의 단위시간을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 가능한 범위에서의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유연근로시간제를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3개월에 불과해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 기간을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