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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디지털스토리] 손실만 연간 1조원…유통기한 지난 음식 버려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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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함께 명시" vs "비용절감 효과 크지 않아"

"식품안전과 자원재활용 모두 고려해 검토해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냉장고에 있는 돈가스가 유통기간이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먹어도 괜찮을까요? 아니면 버려야 할까요?"

지난 9일 한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어도 되느냐'는 고민을 토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를 놓고 "먹어도 된다"와 "먹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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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은 유통업체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고,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을 더욱 일반적으로 쓴다. 반면 우리나라 대부분 식품에는 유통기한만 적혀 있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통기한과 함께 소비기한을 적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성인남녀 56.4% "유통기한 지난 음식 버린다"

직장인 이 모(38) 씨는 지난주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전부 버렸다고 했다.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씨는 "아이가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우유를 먹었는데, 너무 걱정된다"며 "주변에서는 먹어도 괜찮다고는 하는데 여름이라 불안해 이참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싹 정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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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처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리는 소비자는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통기한·소비기한 병행표시에 따른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성인남녀 2천3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는 질문에 가장 많은 56.4%(1천15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실제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선에서 결정된다. 가령 유통기한이 7일인 식품이라면, 최소한 3일 정도가 더 지나도 먹는 데 지장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통기한 때문에 발생한 손실 비용은 연간 6천500억원 수준이며, 수거비와 폐기비용까지 더하면 1조 원에 달한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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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음식물류 폐기물의 1일 발생량은 2006년 1만3천372t에서 2014년 1만3천698t으로 2.4% 증가했다. 환경부 보고서를 보면 음식물류 폐기물은 유통 조리과정에서 나온 쓰레기가 57%였으며, 보관 폐기 식재료는 9%였다.

◇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달라

그렇다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은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 이하로 보관할 때 유통기한이 10일인 우유는 미개봉 시 50일, 유음료는 30일, 치즈는 70일까지 품질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기한 만료 이후에 면류 중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은 총 시험 기간인 50일까지, 냉동 만두는 25일까지 안전상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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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무조건 버릴 것이 아니라 맛·색·냄새 등 이상 징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섭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쉽지 않은 만큼 제품에 유통기한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인 소비기한을 함께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성보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은 "식품은 다양한 원료가 복합적으로 사용돼 품질 변화나 변질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장기저장이 가능한 품목과, 부패·변질의 속도가 빠른 식품을 나눠 유통기한 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유통기한 표시제도 바꿔야" vs "신중해야"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식약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남녀 2천38명을 조사한 결과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은 67.2%(1천370명)였으며, 반대하는 사람은 29.1%(59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기한 도입은 섭취 가능 시점을 알려주므로 식품폐기를 줄여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다'(607명)였으며, 반대하는 이유로는 '현행 제도는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문제가 없기 때문'(493명)이라는 의견이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2년 7월 유통기한만 표시하던 기존의 방식을 바꿔 소비기한을 병행 표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결과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현재는 유통기한만 표기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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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을 더욱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주로 소비자가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을 제품에 적는다. 일본은 소비기한과 상미기한(賞味期限·유통기한 경과 때에도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을 표기한다.

다만 이런 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의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폐기식품의 발생현황과 감축방안' 보고서를 보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소비자의 식품안전 리스크를 높인다면 현명한 정책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유통기한 표시제도의 개선은 식품안전측면과 자원재활용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해 기재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식품업체와 소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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