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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강병철의 셀럽앤카]⑥‘미스터 아우디’ 슈뢰더의 다섯번째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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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⑥‘미스터 아우디’ 슈뢰더의 다섯번째 반지
중앙일보

게르하르트 슈뢰더(74) 전 독일 총리가 올 가을 통번역사 출신의 한국인 김소연(48)씨와 결혼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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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겨울 아우디 본사가 자리한 독일 바이에른주(州) 뮌헨 인근 잉골슈타트. 최고급 세단 A8의 2세대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출장을 갔다. 아시아 기자단을 위한 시승 행사 자리였다. 시승을 전후해 뉴 A8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판매와 마케팅 관련 프레젠테이션(PT)이 이뤄지던 순간 한 중국계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미스터 아우디’에게도 뉴 A8이 공급됩니까”. 이에 대해 아우디 관계자는 “보안 사안이라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며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닌) 반응을 보였다.

미스터 아우디라니. 대부분의 기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미스터 아우디’는 당시 독일 현직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74)의 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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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반지가 겹쳐있는 아우디의 로고(엠블럼).아우디(Audi)ㆍ반더러(Wanderer)ㆍ호르히(Horch)ㆍ데카베(DKW) 네 회사의 합병을 상징한다. [사진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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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는 1998년 사민당(SPD) 소속으로 독일 7대 총리에 취임해 2005년까지 집권했다. 그는 에바 슈바흐(결혼 기간 1968~1972년), 안네 타셴마허(1972~1984년), 힐트러드 함펠(1984~1997년)과 결혼했으나 모두 이혼했고, 총리 취임 직전에 기자 출신 도리스 쾨프를 네 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독일 언론은 슈뢰더를 미스터 아우디(Mr. Audi, Herr Audi)라고 비꼬아 불렀다. 네 개의 반지가 겹쳐있는 아우디 로고(엠블럼)가 결혼을 네 차례 한 슈뢰더의 사생활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아우디의 엠블럼은 아우디(Audi)·반더러(Wanderer)·호르히(Horch)·데카베(DKW) 네 회사의 합병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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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는 1980년대 북미 시장에서 급가속 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혁신 기술을 신차에 적용했다. 상시 4륜 구동 콰트로(Quattro) 시스템과 100% 알루미늄 차체다. 사진은 2002년 출시된 최고급 세단 A8의 2세대 모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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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자신의 사생활을 쑥스러워 할만 한데 슈뢰더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돌파했다. 그는 취임하면서 지난 50여년간 총리 의전차였던 메르세데스-벤츠를 타지 않고 아우디를 선택했다. 당시 아우디는 1980년대 북미 시장에서 급가속 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혁신 기술을 신차에 적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상시 사륜구동 콰트로(Quattro) 시스템과 100% 알루미늄 차체다.

특히 아우디의 슬로건이었던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는 슈뢰더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성맞춤 이미지였다. 아우디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었다. 독일 최고 지도자가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를 타지 않고 아우디를 탄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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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왼쪽) 독일 총리 집권기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었던 요슈카 피셔(오른쪽) 역시 ‘미스터 아우디2’로 불렸다. 피셔는 공직 퇴임 후 네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다섯 번째 결혼을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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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슈뢰더가 적어도 올해부터는 더 이상 ‘미스터 아우디’가 아니다. 2016년 네 번째 부인과 이혼에 이어 다섯 번째 결혼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독일어 통번역사 출신의 한국인 김소연(48)씨. 독일 일간 빌트는 지난 5월 슈뢰더와 김씨가 이미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지만 현재로선 확실한 것은 오는 10월 5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호텔 아들론(Adlon)에서 대규모 축하연을 열 예정이란 것이다. 독일 언론은 지난 5월 슈뢰더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끼고 있던 반지가 새로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슈뢰더가 다섯 번째 결혼 반지를 끼게 됨에 따라 ‘미스터 아우디’보단 올림픽 오륜기가 연상되는 ‘미스터 올림픽’이란 별명이 어울리게 됐다.

사족 하나. 슈뢰더 총리 집권 기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었던 요슈카 피셔는 ‘미스터 아우디 2’로 불렸다. 그 역시 장관 재직 시절 네 번째 부인 니콜라 레스케와 살고 있었다. 피셔는 공직 퇴임 후 레스케와 이혼하고, 다섯 번째 결혼했다. 슈뢰더 입장에선 선배 ‘미스터 올림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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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독일 출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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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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