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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현장은 아우성인데 정부는 이제와서 경기 ‘뒷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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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동향 “8개월째 회복 흐름이나

향후 통상 마찰 불확실 요인” 진단

취업자 증가 5개월 연속 부진에

소매 판매ㆍ설비 투자 몇달째 감소

하반기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관측
한국일보

김동연(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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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월 발간하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가 8개월째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통상마찰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 놨다. 경기 상황에 대해 줄곧 낙관론을 펴온 데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영향을 뒤늦게 인정한 데 이어 경기 진단도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그린북을 내놨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전(全)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면서도 “투자ㆍ소비 등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산업생산은 자동차, 통신ㆍ방송장비 등 광공업생산을 중심으로 증가해 지난 4월 1.5%(전월대비), 5월 0.3% 증가했다. 6월 수출도 석유제품, 컴퓨터, 반도체 등의 호조가 이어져 사상 최초로 4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웃돌았다. 정부가 8개월째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다.

하지만 부정적 지표도 곳곳에 눈에 띈다. 우선 6월 고용은 취업자 수가 10만6,000명(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는 데 그쳐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도 4월 -0.9%(전월대비), 5월 -1.0% 등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투자도 부진하다. 설비투자는 3월 -7.6%, 4월 -2.7%, 5월 -3.2% 등 3개월 연속 줄었고, 실제시공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5월 -2.2%를 기록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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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고광희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전산업생산, 수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등 주요 지표를 보면 5월까지는 회복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신 그간 ‘회복세’를 전망해오던 것과 달리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추경 집행 본격화 등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글로벌 통상마찰, 미 금리인상 가속화, 국제유가 상승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경기 판단을 두고 민간과 온도 차를 보였던 정부가 미묘하게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일각에선 쓴소리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통상 환경 악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이슈“라며 “고용 부진이 계속되자 마지못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시인한 데 이어 또 뒷북을 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세라 해도 지난해보다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것만은 확실하다“며 “하반기에는 정책 방향도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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