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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韓, 지역상권과 마찰우려 영업시간 제한… 日, 밤시간 잠재수요 고려 심야영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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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문화적 이질성 따른 차이

동아일보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에 위치한 돈키호테 매장 내부 모습.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표지가 일본어와 한국어 등으로 쓰여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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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돈키호테와 삐에로쑈핑의 차이는 한일 양국의 각종 제도와 문화적 이질성에서 비롯됐다.

영업시간이 대표적이다. 돈키호테는 심야영업이 강점이다. 매장에 따라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가 과거 소매점인 ‘도둑시장’을 운영할 때 술을 먹은 고객들이 쓰레기 더미 같은 가게 안에서 이리저리 물건들을 찾아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착안해 심야영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 깐깐하게 따져가며 장을 보는 주부들과 달리 쉽사리 지갑을 여는 밤 시간대 손님의 잠재성을 캐치한 것이다. 야스다는 저서 ‘돈키호테 CEO’에서 이른바 ‘밤의 경제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밝힐 정도로 심야영업을 중시한다. 돈키호테가 지역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심야영업 반대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영업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로 정했다. 코엑스몰 운영 시간에 맞춘 것이지만 지역상권 침해 등 심야영업에 따른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근로시간 제한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앞으로 문을 열 매장에 대해서는 입지나 주변 상권에 따라 영업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인용품 코너에서도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돈키호테나 삐에로쑈핑에 설치된 19금 코너는 상품 구성이나 진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계산 방식은 확연하게 다르다. 돈키호테는 성인용품 코너에서 고른 상품을 매장 입구 쪽 카운터에서 계산한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19금 코너 안에 설치된 계산대를 이용해야 한다.

▼유통업계 경험 풍부 ‘재벌 3세’ vs 소매업 산전수전 겪은 ‘잡초’▼
정용진 vs 야스다 다카오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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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돈키호테와 삐에로쑈핑은 두 곳을 만든 최고경영자들의 캐릭터와 인생 여정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돈키호테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安田隆夫) 회장은 한마디로 ‘잡초’같은 인생을 살았다. 1949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난 야스다 회장은 프로레슬링 마니아에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장난꾸러기였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 고교 2학년 때 화려한 도쿄(東京)에 가겠다는 꿈을 갖게 된 뒤 공부를 시작해 게이오(慶應)대 법학부에 들어간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선 다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유급을 거듭하다 간신히 졸업했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생활비가 끊기자 요코하마(橫濱)항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이때 마작에 빠져 ‘타짜’가 되기도 했다. 야스다 회장은 저서 ‘돈키호테 CEO’에서 “타락한 삶 그 자체를 살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던 삶이 사업가로서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늦은 밤까지 길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심야 영업’ 같은 돈키호테식 마케팅 기법을 구상하게 됐다.

이후 도박을 끊은 야스다 회장은 소매점인 ‘도둑시장’을 세우면서 도산한 기업 제품이나 단종된 물건을 헐값에 가져와 팔며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중간 도매상 업체인 ‘저스트’를 운영하면서 일본 유통업계의 생리도 익혔다. 이 모든 것이 돈키호테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삐에로쑈핑을 세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야스다 회장과는 대조적인 삶을 살았다. 재벌 3세로 태어나 명문대인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신세계그룹에 들어왔다. 입사 후에는 국내외 유통업계에 대한 폭넓은 체험을 하며 경영 능력을 키웠다.

세간에는 정 부회장이 큰 어려움 없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낸 성과를 보면 올라갈만하다는 것이다.

그가 10년 이상 고민 끝에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내세우며 출범시킨 ‘스타필드’나 낮은 가격에 초점을 맞춘 ‘노브랜드’ 등 국내 유통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온 사업 아이템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삐에로쑈핑이 정 부회장의 새로운 ‘작품’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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