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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오래전 ‘이날’]7월14일 기온 ‘92도’···한강은 ‘벌거숭이 잔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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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은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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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 7월14일 한강변서 헤엄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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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벌거숭이 잔치판.”

6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더위에 한강에 물놀이 나온 사람들 모습을 묘사한 기사가 이런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날 기온은 무려 화씨 92도. 섭씨로 바꾸면 33.3도입니다. 무척 더운 날씨였을 것 같네요. 일요일이라 한강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왔나 봅니다. 그 장면은 이렇게 묘사됐습니다.

“이글거리듯 내려퍼붓는 칠월의 태양이 강따라 끝없이 벌쳐진 모래사장에 부딪쳐 반짝이는데…. 더위를 피하느니보다 차라리 태양을 마주향하여 대결하는 통쾌함에 하동들은 물장구를 치며 히히닥거리고 남녀들은 원색이 산듯한 수영복에 청춘의 체구를 거침없이 자랑하고 있었다.”

한강변에 아직 모래사장이 있던 시절 얘기입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찬한 바 있는 전두환 정권의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한강변에서는 모래사장이 사라졌고 대신 수심이 깊어진 강에 유람선이 띄워졌습니다. 수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1958년 오늘도 업자들에겐 ‘대목’이었던 모양입니다. “철 만난 ‘뽀트’(보트) 업자와 수영 ‘캠프’는 즐거운 비명을 올렸으며 한강행 ‘뻐스’(버스) 와 전차, ‘택씨’(택시)들도 이날만은 톡톡히 재미를 보는 듯 신이 나게 인도교 동쪽언덕을 기어올라 밀려든 시민은 하오(오후) 1시에 2만명을 넘었다고 사람들은 추산하고 있었다.”

■ 1988년 7월14일 “식용으로는 아무래도 누렁이를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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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이 다가오자 한국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서구에서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국제동물기금(IFAW)은 당시 ‘한국 견공 보호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며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보신탕을 규제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1988년 오늘의 경향신문 <여적>란에는 ‘초복’이라는 제목 아래 개고기를 고유의 식문화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먼저 보신탕집 간판부터가 우습다. ‘보신탕’이라는 말의 뜻이 꼭 개장국만을 뜻하는 건 아닌데도 당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혐오식품으로 규제하자 ‘보신탕’ 간판을 버젓이 내걸지 못한다. ‘보양탕’이니 ‘영양탕’, ‘사철탕’에, 심지어는 ‘탕 있음’, ‘계속합니다’ 등 동호인들의 상상력을 강요하는 ‘보신탕’의 메타포들이 있는대로 등장해 가관이다.”

‘개도 식용이 따로 있다’는 익숙한 논리도 등장합니다. “아무런 개나 식용으로 하는 건 아니다. ‘예기’엔 견(犬)을 큰 개, 구(狗)를 작은 개로 구별하고 있지만, 대소보다는 식용과 비식용으로 구분해야 될 듯 싶다. 즉 애완견 , 경찰견, 도사견 등은 비식용에 속한다. 식용으로는 아무래도 누렁이(황구)를 쳐 준다.”

이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혐오식품이냐 기호식품이냐의 여부는 음식문화의 감각차이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알베르 카뮈가 달팽이찜을 즐겼든, 요승 신둔이 백마의 심벌과 토룡(지렁이) 회로 보양을 했든 참견할 바 아닌 것 같다.”

올해의 초복은 오는 17일입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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