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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총장 장기공백 우려…‘서울대 법인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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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 총장 후보 선출 절차 두갈래 고민

“백지상태서 완전히 새로 뽑거나

기존 후보 중 최종후보 선출 검토”

최종후보 재선출땐 수개월 걸릴듯

‘기형적 법인화 탓 참사’ 지적 나와

“밀실 결정 가능케한 문제점 드러나

구성원 참여 보장토록 법 개정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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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희(56·의대 교수)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가 성희롱 등 도덕성 논란 끝에 지난 6일 자진사퇴하면서 서울대 초유의 총장 장기 공백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2012년 법인화한 서울대가 폐쇄적인 결정 구조를 가진 ‘사립대 같은 국립대’로 체질을 바꾸면서 빚어진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대 관계자는 “새 총장 선출 절차와 관련해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다”며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백지상태에서 총장 후보들을 완전히 새로 뽑을지, 기존 추천위원회가 선출한 5명 후보 가운데 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으로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뽑을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 규정은 “총장이 궐위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사회와 평의원회는 지체 없이 추천위원을 직무대행자에게 추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추천위원회가 30명에 이르는 위원을 선임해 예비 후보들을 고르고,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재선출할 경우 장기간 총장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대가 강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선출하는 데는 추천위원회의 첫 회의 이후 4개월가량이 걸렸다.

총장 후보 검증 과정에서 강 교수의 성추문을 걸러내지 못하고, 이로 인한 학교 행정 공백을 빚은 것은 서울대가 2012년 이후 ‘법인화한 국립대’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립대가 법인화하면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성낙인 현 총장 등으로 꾸려진 이사회 15명이 학내 문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학내 여론과 상관없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일부 국립대에서 시행 중인 교수 직선제를 거쳤다면, 후보 간 경쟁 과정에서 비위가 있는 강 교수는 최종 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해 4천억원대 정부출연금을 지원받는 서울대에 교육부와 기재부 차관이 이사회에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이사진 절반가량이 서울대 관계자인 상황에서 ‘돈줄’을 쥔 정부 쪽 뜻을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이번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강 교수의 성추문 논란을 보고받고도 특별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곤 전국국공립대학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강 교수 사퇴는 서울대의 최종 의사결정을 ‘밀실’에서 처리가 가능하게 한 법인화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학교의 중대 의사결정에 교수·직원·학생 등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되도록 서울대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부·대학원 총학생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가 법인화 이후 밀실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새 총장 후보자 재검증을 비롯해 학교 운영에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석재 장수경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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