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은행장 임기 살펴보니]①소모품 취급 은행장, 장기성과 낼 수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중은행장 평균 임기 2년7개월…연임도 쉽지 않아]

선진국 CEO 평균 4~6년 일하지만

국내선 전문성보다 얼굴마담 인식

임기 짧다보니 단기 실적에 ‘급급’

장기전략 위해 연임 문턱 낮춰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영수 박일경 기자] “임기 2년은 너무 짧다. 장기전략을 추진할 시간 조차 없다.”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둔 A은행장에게 소회를 물었더니 이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A은행장은 행원에서 출발해 35년만에 ‘별중의 별’이라 일컫는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은행장에 임명된 후 지방과 해외 업무협약식, 각종 행사 등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퇴임을 앞둔 신세가 됐다. 은행장으로서 본인이 평생 몸 담았던 은행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펼치려 했지만 너무 짧은 임기에 그 꿈을 접어야 했던 셈이다.

9일 이데일리가 최근 8년간(2010년 8월~현재) 17개 국내 은행장 58명의 평균 재임기간을 분석한 결과 38.5개월로 나타났지만 시중은행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31.2개월로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재임 기간이 각각 73.2개월, 45.1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장의 임기는 대체로 2년가량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등의 투자은행 CEO의 임기가 평균 4~6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장은 거의 얼굴마담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시중은행장 중 임기가 가장 짧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1년으로 농협손해보험, 농협생명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CEO와 같다. 김용환 전 회장 재임시절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1년마다 성과평가를 통해 연임여부를 판가름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가 은행장들의 임기를 단축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장의 임기 역시 기존보다 1년 줄어든 2년으로, 각 지주사 회장보다 1년 짧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회장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은행장 임기를 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힘이 대등할 때 빚을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한다.

문제는 연임을 위한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실적에 치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부실이 발생하거나 디지털, 글로벌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차원이라고 하지만 은행장의 임기가 짧을 경우 장기적인 경영전략 부재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며 “지속가능한 내부통제와 장기적인 은행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은행장의 연임·재연임에 대한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