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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은행장 임기 살펴보니]④“은행장은 乙 중의 乙…얼굴마담 끌려다니다 경영구상 틈도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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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은행장의 한탄]

“너무 많은 외부행사에 실무 뒷전”

외풍 취약한 지배구조에 박탈감도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금 은행장은 과거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시절 은행장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을 중의 을이 은행장이죠.” 최근 사석에서 만난 A은행장은 ‘별 중의 별’을 달았지만 임기가 짧아진데다 각종 행사에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본인의 모습에 지친다고 토로했다.

B은행장 역시 “상반기 외부 활동이 너무 많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하반기엔 차분히 경영구상을 하고 싶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외부 활동이 많다보니 정작 은행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실무 전력 마련과 추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푸념이다.

특히 ‘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연줄을 이용해 은행장에 승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실력으로 임명된 은행장들의 심리적 박탈감도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를 나온 금융인 모임을 뜻하는 ‘서금회’는 국어사전에도 등록됐다. 박근혜 정부시절 정홍원·이완구·황교안 국무총리를 연이어 배출한 성균관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이른바 ‘성금회’부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졸업한 연세대 금융인 모임인 ‘연금회’까지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은행장 인사에 개입했던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능력을 인정받아 은행장에 오른 이들도 적폐로 같이 묶여 단명으로 끝나버리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장들의 단명은 결코 은행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관치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핵심은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투명성·독립성·전문성 강화에 있으나 현재와 같이 전직 경제·금융관료가 사외이사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제도 정비나 규제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당국 간 정책 충돌을 비롯해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지주사 또한 지배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표면적으로 은행장 임기를 줄였지만 경영성과가 탁월한 은행장에게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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