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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런던·시드니 하락세… 글로벌 집값 정점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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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상승 곡선을 그리던 호주 시드니 집값은 9개월 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7년 초까지만 해도 연간 19% 치솟을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작년 말 호주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때 이자만 먼저 갚는 '거치식 대출'을 제한하는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집값이 4.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호주 자산운용사 AMP캐피털은 "시드니 주택 가격 약세가 2020년까지 이어지며 고점 대비 집값이 최대 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주택 가격 상승세 주춤

시드니뿐만 아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천정부지로 치솟던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품 논란을 일으켰던 일부 대도시는 최근 1년 사이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는 최근 '세계 주거 도시 지표' 보고서를 통해 "작년만 해도 연간 집값 상승률이 20%를 넘는 도시가 12개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에는 인도 수라트(22%) 한 곳뿐"이라고 밝혔다. 올 1분기 기준 전 세계 150개 주요 도시의 평균 집값은 전년 대비 4% 올라, 201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계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주택 시장은 조정기에 들어섰다. 영국 주택담보대출 금융기관인 네이션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런던 주택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9% 하락했다. 2017년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내림세다. 네이션와이드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뉴욕의 경우 주택 가격 지수(S&P 케이스 실러)가 2018년 2월 고점을 찍고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급 주택의 경우 단위 면적당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6% 떨어졌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국과 미국 정부가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의 공제를 축소하고 거래세율도 인상하면서 주택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싱가포르 부동산 투기 잡기 위한 고강도 대책 동원

일부 대도시의 집값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각국 정부는 세금·대출 규제를 가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치솟는 주택 가격이 사회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데다 가계부채로 인해 경제 위기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에서는 지난달 말 정부가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에 세금을 매기는 '빈집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안 팔리고 빈집으로 남아있으면 여기에 임대료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지난해에만 15% 오르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신축 아파트 일부를 매물로 쌓아두고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도 다주택자를 향한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해 중반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올 1분기에만 집값이 3% 올랐고, 개인 콘도 구매가 크게 늘며 부동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5일 두 번째, 세 번째, 그 이상의 주택을 구매할 때 부과하는 취득세의 일종인 추가 인지세를 5%포인트 인상하고 주거용 부동산을 구매하는 개인·단체에 부여하는 인지세는 10%포인트 올리는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전 세계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려왔지만 오랜 가격 상승으로 피로감이 쌓여 앞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금융 위기 때와 같은 주택 시장 대폭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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