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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일사일언]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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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내옥 미술사학자·'안목의 성장' 저자


일제는 조선의 유적, 풍속 등을 촬영한 사진을 남겼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 가운데 궁궐 사진만을 추려 특별전을 연 적이 있다. 이 전시는 조선의 궁궐이 아름답다는 점과 일제가 그것을 철저히 파괴했다는 두 가지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진에 보이는 조선 궁궐은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실로 대단했다. 우리 시대의 심미안을 대표한다는 말을 듣는 어느 분은 특별전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궁궐 사진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압도돼 말을 잊었다고 할 정도였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 교토의 고쿄(皇居)에도 가 보았지만, 그렇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한옥의 우아하고 절제된 지붕 선이나 공간의 아기자기한 구성에서 느끼는 미적 쾌감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궁궐을 품은 서울의 옛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몇 년 전 한 사진 비엔날레에서 일제 침략 이전, 조선시대 서울의 풍경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남산에서 넓은 앵글로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가까운 남산 쪽에 일부 초가집이 보이고, 멀리 보이는 경복궁까지 어깨를 맞댄 기와지붕이 빽빽이 온 화면을 뒤덮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대 장관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뽑혔을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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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적 역량 없이는 결코 불가능하다. 일제는 이러한 우리의 역량을 식민사관으로 덧씌워 철저히 왜곡하고 축소하고, 열등의식을 조장했다. 이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유전되어 흐르는 미적 감수성의 부활을 기대하며, 또한 그렇게 되리라고 낙관한다.





[이내옥 미술사학자·'안목의 성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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