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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전문의 칼럼]여성도 피할 수 없는 치질…참다간 병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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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한송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

[이정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둔 김모(31)씨는 결혼 전부터 변비 때마다 혈변과 항문 통증이 있었지만 ‘부끄럽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임신 중 변비가 심해지면서 항문 통증과 함께 배변 시 항문 안에서 무언가 돌출하는 증상까지 느꼈다. 하지만 임신 중이라 약도 제대로 쓰지 못
이데일리

했고, 최근 회사로 복직한 후에는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으로 항문 통증이 심해졌다. 불안한 마음에 진료를 받았더니 ‘치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치핵은 항문 주위 혈관이 붓고 주위 조직이 늘어나 항문 바깥으로 돌출하는 질환이다. 흔히 치질이라고 하면 치핵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문관 내 혈관이 부어 불편감을 보이거나 늘어난 조직이 배변 시 돌출됐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좌욕, 연고 등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을 반복하면서 늘어난 혈관과 주위 조직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와 손으로 밀어넣어야 하는 상태에서는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고 수술만이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 밖으로 나온 혈관조직이 들어가지 않고 혈액이 고여서 굳어진 혈전이 생기면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가 헐어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어 최대한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핵 초기에는 대변을 부드럽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대변 완화제나 섬유식 복용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온수좌욕과 혈액순환을 도와줄 수 있는 연고를 항문에 발라주는 치료도 병행한다. 배변 활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 자극 때문에 항문 주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붓는 증상도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좌욕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치핵을 예방하고 조기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좌욕과 함께 연고나 약물치료를 통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면 부은 조직이 가라앉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로 증상 개선이 없거나, 증상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 수술로 늘어난 치핵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수술은 보통 수술하는 부위에만 마취를 해 늘어난 혈관조직을 제거하는 근본절제술을 시행한다. 수술 다음날부터는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상처에 무리가 가지 않고 배변 활동이 잘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섬유식 섭취와 온수좌욕으로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상처회복에 도움을 준다.

항문에서 피가 나거나 통증이 있으면 직장이나 대장에 염증이나 혹을 동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나이가 4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대장 내 병변을 확인하기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또한 항문의 통증이 심한 경우 항문 주위 염증에 의한 증상일 수 있는데 이때는 증상을 방치하면 염증이 심해져 전신적인 발열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라도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치핵을 조기 발견한다면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부끄럽다는 이유로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증상이 처음 생겼을 때 전문의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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