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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김광로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는 인도에서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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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인도법인장 맡아

10년 새 매출 40배로 키워

“느긋하고 여유로운 인도

지방·중앙정부 분권 확실”

중앙일보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인도에서 비즈니스 할 땐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보다는 권한 위임을 통해 목표를 제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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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인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을 이을 ‘넥스트 차이나’의 핵심 국가로 인도를 꼽고 있어 향후 경제 파트너로서 위상이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인도 순방엔 100여 명의 경제 사절단이 구성됐다. 실제로 인도는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가 2028년 세계 3위 경제 대국(G3)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볼 만큼 ‘뜨는 나라’다.

기업의 인도 진출과 관련, 김광로(72) 전 LG전자 사장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환상,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인도가 제대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13억 인구의 구매력과 7%대 성장률, 풍부한 자원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지에서 성공한 확률은 10%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김 전 사장은 1997년부터 10년간 LG전자 인도법인 대표(CEO)로 근무했다. 2008년엔 인도 최대 가전업체 비디오콘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돼 ‘CEO 수출 1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이라야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냉장실을 키운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TV 등이 이 회사의 히트 제품이다. 그는 초기 360억원이던 매출을 2007년 1조5000억원으로 키웠다. 2016년 이 회사 매출은 2조원대에 이른다.

김 전 사장이 기업들에 주문한 덕목은 파트너십 인재관이다. 그는 “인도인에 대한 한국 기업인의 첫 마디는 대개 ‘자동차는 거칠게 몰면서 업무는 더디다’는 불만인데, 자세히 보면 생각이 다양하고 행동이 조금 느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정을 갖고 현지인과 소통하면서 목표를 제시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조건 일등을 하겠다는 각오보다는 현지인과 가까워지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해요. 전문용어로는 ‘문화 지능’(Cultural Intelligence·컬처럴 인텔리전스)을 키우는 거지요. 조금 과장해서 현지에서 저는 현지 신문만 열심히 읽었습니다. 신문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현지인에게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대했더니 성과가 나타나더군요.”

현재 LG전자 인도법인에 근무하는 3400명의 직원 중 현지인 비중이 99%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필립스 인도법인장, 인도 가전업체 오니다 부사장 등이 배출될 만큼 인도 전자업계에서 LG전자는 ‘CEO 사관학교’로 불린다.

인도에서 CEO로 14년간 근무했지만 김 전 사장은 “인도 비즈니스를 한두 마디로 압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다원화돼 있는 사회라는 설명이다. 김 전 사장은 “특히 권력이 중앙과 지방, 심지어 작은 마을까지 나뉘어 있다”며 “한국 기업의 성장 키워드인 ‘빨리빨리’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인도와 중장기적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해선 “인도인은 태어날 때부터 세계화가 돼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김 전 사장은 “(인도인은) 종교·문화적인 이유로 옆 동네와 언어가 다르고, 빈부 격차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한다”며 “쉽게 말해 태어나면서부터 세계화가 돼 있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런 개방적인 문화를 이해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보기술·인프라 등에 투자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로
1946년 충남 강경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 LG전자에 입사했다. 미국과 독일·파나마·두바이·인도·페루 등에서 30여 년간 해외영업을 했다. LG전자 동남아지역 대표(사장), 인도 전자업체 비디오콘 부회장, 인도 신용평가회사 오니크라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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