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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억할 오늘] 올리버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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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페인내전 미국인 의용군부대 대대장을 지낸 올리버 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대는 스페인내전(1936.7~1939.1) 미국인 의용군 부대의 통칭이다. 부대원 수(2,800~3,105명)가 자료마다 다른 까닭은 전투 중 사상자들이 생기면서 후속 워싱턴 대대(미국), 멕켄지-파피뉴(캐나다) 대대 등과 통합된 까닭도 있다. 공식 부대단위는 국제여단 연합의 제15여단 소속 ‘대대’지만, 관습적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여단’이라고도 부른다.

어떻게 불리든, 그들 모두 반파시즘과 민주주의, 인류애의 대의로 뭉친 의용 부대라는 점이 중요하다. 부대원 50~80%는 코민테른(제3인터내셔널)과 미국공산당 소속 공산주의자였다. 유럽 출신 부대와 달리 링컨 대대원들은 학생 등 전투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16세 소년도 있었고, 결혼이나 연애 같은 골치 아픈 개인 문제를 피해 참전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뜨겁고 낭만적이었다.

링컨 대대는 미국 최초 흑백 혼성부대였다. 85명의 아프리카계 부대원은 절대다수의 백인들과 동등하게 생활하며 함께 싸웠다. 그 중 올리버 로(Oliver Law, 1900~1937)는, 본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부대원 전체를 지휘한 대대장이었다.

그는 텍사스에서 태어나 멕시코 국경 주둔 24보병연대에서 사병(19~25년)으로 복무했고, 제대 후 택시 기사, 시멘트공장과 부두 노동자로서 노동운동을 하다 32년 미국공산당에 입당했다. 35년 8월 이탈리아의 이디오피아 침공(35~36) 항의시위를 이끌다 체포되기도 했다. 37년 1월 링컨 대대에 가담한 그는 전투 지휘능력을 인정받아 금세 기관총 중대장, 신입대원 훈련부대장을 거쳐 대대장으로 발탁됐다. 매카시 시절 미국공산당 당수를 지낸 흑인 정치인 클로드 라이트푸트의 어머니(코린 라이트푸트)가 그의 아내였다.

그는 대대장이 된 지 나흘 만에 전투 중 사망했다. 공식적으론 파시스트군 저격수의 총에 희생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60년대 말 이후, 그가 부대원에 의해 사살됐다는 주장이 증언과 책을 통해 제기됐다. 그가 형편 없는 지휘관이었다는 것, 부대원들이 그의 시신에 오줌을 싸고 춤을 추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증언들의 진위를 따지는 또 다른 긴 노정이 이어졌고, 근년에야 그의 죽음의 사연이 인종 차별과 반공주의에 의해 덧칠된, 위증이고 픽션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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