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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7년 만에 집값 3배 뛴 '보금자리'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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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편집자주] 다른 동네 집값은 다 오르는데 왜 우리 집만 그대로일까. 집은 편안한 안식처이자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생활하기 편하고 향후 가치가 상승할 곳에 장만하는게 좋다. 개별 아파트 단지의 특성과 연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재택(宅)크'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를 분석해 '똘똘한 한 채' 투자 전략을 도울 것이다.

[재'택'크]강남 보금자리 '세곡푸르지오'·'강남LH1단지', 분양가 2~3억서 현재는 9억~11억 '껑충'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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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에는 서울·수도권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신혼부부 아파트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명 ‘신혼희망타운’이다.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로또 아파트’ 논란도 나온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청약과열 양상이 심해지고 위장전입이나 불법전매 같은 온갖 불법·편법이 나타난다.

이같은 로또 아파트 논란은 전례가 있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다. 신혼희망타운과 마찬가지로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택지에 시세 절반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해 ‘반값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자곡·세곡 일대에 조성된 강남 보금자리지구가 대표적이다. 이곳엔 아파트 총 9개 단지 6500여가구가 들어섰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분양 아파트는 ‘강남LH1단지’(809가구)와 ‘세곡푸르지오’(912가구) 2개 단지였다.

2011년 1월 청약을 진행한 세곡푸르지오 분양가는 59㎡(이하 전용면적)가 2억2400만원, 84㎡가 3억4200만원이었다. 같은 해 8월 분양한 강남LH1단지는 59㎡가 2억3100만원, 84㎡가 3억5700만원이었다. 당시 인근에 있던 강남구 일원동 ‘푸른마을’ 아파트 시세가 59㎡ 5억원 중반, 84㎡ 7억원 중반이었으니 말 그대로 반값인 셈이다.

너무 싼 가격에 분양하다 보니 당시에도 경쟁이 치열했다. 세곡푸르지오는 본청약에서 94가구 모집에 2023명이 신청해 2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70대1(24가구 모집에 1684명 청약)에 달했다. 강남LH1단지도 24대1(334가구 모집에 8138명 청약)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청약과열은 청약통장 불법거래나 분양권 불법전매 같은 불법행위로도 나타났다.

예상대로 강남 보금자리주택은 대박을 터뜨렸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분양가의 2~3배 넘는 값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세곡푸르지오 59㎡는 2015년 9월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6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강남LH1단지 59㎡는 2016년 7월 6억~6억2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강남권 부동산시장 활황의 영향으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속도는 더 빨라졌다.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압구정 등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은퇴 후 집을 팔고 살기 좋고 조용한 곳을 찾아 강남 보금자리지구로 많이 이주하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세곡푸르지오의 최근 시세는 59㎡ 8억9000만원, 84㎡ 11억1500만원이다. 강남LH1단지도 이와 비슷하다. 분양가 대비 3~4배 높은 가격이다.

세곡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청약에 당첨된 사람은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며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지구였지만 지금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아파트가 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올해 공급을 시작하는 신혼희망타운도 과도한 시세차익을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면 청약과열과 로또 아파트 논란 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세차익을 일부 환수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강제요건이 아닌 옵션으로 포함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위장전입 등 편법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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