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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디지털프리즘]'11분에 3억' 우주여행?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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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시애틀(미국)=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현장속으로] <세상을 바꾼 발칙한 상상 上>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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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서비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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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민간 우주 여행가는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다. 2001년 우리 돈으로 약 200억원을 들여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갔다 왔다. 이후 6명의 민간인들이 더 우주을 다녀왔다. 한번에 수백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초호화 여행코스였다. 수개월간 혹독한 훈련도 받아야 했다. 돈 많고 건강한 부호들의 특권이었다.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 발사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이마저 명맥이 끊겼다.

이제 새로운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열린다. 우주개발 경쟁무대가 정부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2억~3억원대로 가격을 낮춘 우주 여행상품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New Shepard) 로켓 우주 관광 상품(이하 뉴 셰퍼드)이 대표적이다. 블루오리진은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사비 5000억원을 털어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시애틀-터코마 국제공항 인근 산업단지에 위치한 블루오리진 본사를 다녀왔다. 블루오리진이 한국 취재진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물론 해외 언론의 취재요청에 이 회사가 까탈스러웠던 건 NASA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안에 민감해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취재진 방문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블루오리진측은 취재단 방문은 승낙했지만, 사진 촬영은 물론 노트 기록도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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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짜리 짜릿한 우주여행?…뉴셰퍼드 우주 캡슐 앉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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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셰퍼드 우주관광에 사용될 우주캡슐. 발사대 승강기를 이용해 탑승한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 본사 사무실과 연결된 사업장. 이곳 중앙엔 내년부터 서비스될 ‘뉴 셰퍼드’ 우주선(캡슐)이 놓여있다. 49.2㎡ 넓이의 원통형 캡슐 내부로 들어가자 가장자리를 따라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 6개의 승객 좌석이 눈에 들어온다. 의자 밑으론 X자 모양의 엑슬이 있다. 비행 상황에 따라 여행자들이 180도로 누울 수 있고 앉을 수 있다. 몸무게의 3.5배 중력까지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됐다. 심플하지만 착좌감만큼은 영락없는 최고급 자동차 시트다. 기자가 앉고 누워보니 마치 무중력 안마의자처럼 안락했다.

뉴 셰퍼드 서비스는 언뜻 거대 자이로드롭을 연상시킨다. 지상 발사대에서 로켓을 수직 100㎞ 상공(카르만선: 지구와 우주의 경계점)에 쏘아 올리면, 이후 우주캡슐이 로켓과 분리돼 130㎞까지 홀로 활공하다 지구로 떨어진다. 우주 여행자들은 로켓이 발사될 때 초속 11㎞에 달하는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승객들은 1.2m 높이의 대형 창문 너머로 지구를 감상하거나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다. 캡슐이 땅에 낙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1분이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4월 미국 텍사스 발사대에서 8번째 뉴 셰퍼드 로켓을 발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사람 대신 더미 마네킹 ‘스카이워커’를 태웠는데, 부서짐 없이 발사대 인근 사막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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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우주캡슐. 최대 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좌석 밑에 X자 형태의 엑슬이 있어 180도로 누울 수 있다. /사진제공=블루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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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사람이 탈 경우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다. 안내를 맡은 블루오리진 관계자는 “여러 안전장치로 놀이 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도의 중력 압박을 견딜 수 있다면 우주여행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주캡슐 낙하시 낙하산이 펴진다 해도 지상충돌 충격이 만만치 않을 듯 싶다. 2008년 한국 우주인 이소연씨도 캡슐을 타고 지구로 귀환할 때 받았던 추락 충격에 허리부상을 입었다. 이 회사 홍보담당 케이틀린 디트리치씨는 “땅에 착륙할 즈음 역추진 엔진이 분사된다”며 “때문에 가볍게 땅에 안착할 수 있어 이전 우주캡슐들과 달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블루오리진은 빠르면 올 하반기 시범 유인 비행을 거쳐 내년부터 유인 비행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여행 비용은 한 회당 3억원 내외. 11분간의 여행치곤 살 떨리는 금액이지만 대기자 수가 벌써 700명에 달한다.

뉴 셰퍼드 1호를 타게 될 6명의 주인공은 누굴까. 블루오리진측은 “누굴 태울 지 아직 어떤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아마도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자원을 받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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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로켓이 발사돼 우주여행 캡슐을 분리한 후 다시 지상으로 착륙하는 장면. 이처럼 로켓 재활용을 통해 우주 여행 및 위성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블루오리진측 설명이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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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여행시대 개막…너도나도 우주관광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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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선 '스페이스십투'. 양쪽 비행기 모양의 모선에 탑재돼 하늘을 난 뒤 분리돼 카르만선까지 혼자 유영한다. /사진제공=버진갤럭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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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처럼 카르만선까지 다녀올 수 있는 우주관광 상품은 또 있다.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십투' 프로그램이다. 버진갤럭틱은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설립한 우주 관광회사다. 여행방식은 뉴 셰퍼드와 차이가 있다. 로켓이 아닌 비행기를 이용한다. 비행기 두대가 붙어있는 형태의 모체 비행선이 상공 15㎞까지 끌어올린다. 이후 모체에서 분리돼 마하 1.9 속도로 카르만선까지 치솟다 지상에 낙하한다. 총 비행시간은 25분. 가격은 1회당 25만 달러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외 스페이스X와 보잉은 고도 400㎞에 떠 있는 ISS에 우주인을 싣고 보내는 유인 비행 사업을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의 경우, 달까지 보내는 유인 우주선도 띄운다는 계획이다. 돈만 있다면 우주여행을 꿈꿔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新우주산업 만든 '괴짜' 거부들: 제프 베조스 Vs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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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시험발사된 스페이스X의 팔콘헤비 로켓. /사진제공=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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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우주여행 상품 개발을 뛰어들었을까.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저스의 ‘우주 철학’은 확고하다. “우리는 언제가 이 지구를 떠날 것이고, 지구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심지어 그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중공업 산업을 달로 옮기자고도 제안했다. 뉴 셰퍼드는 이같은 베저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경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수익화로 비전 달성을 위한 시드머니도 챙길 수 있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에 이어 2020년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 대형 로켓 ‘뉴글랜’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의 ‘펠컨 헤비’와 견줄 만한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달에 중공업 설비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베저스는 매년 아마존 주식 10억 달러어치를 팔아 우주개발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베저스의 최대 라이벌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다. 머스크는 베저스보다 2년 늦게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스페이스X는 명실공히 민간 우주개발 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이 됐다. 머스크의 꿈은 2024년까지 화성에 지구인들을 이전시키는 것이다. ‘달(베저스)’이냐 ‘화성(머스크)’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인류 터전의 우주 확장’이라는 점에서 둘은 더 없는 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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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셰퍼드 시험발사장에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 /사진제공=블루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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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우주투자를 ‘값비싼 취미’쯤으로 보는 시각도 아직 많다. 하지만 더 많은 인류와 화물을 우주로 보내겠다며 시작된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2030년 700조원 규모로 커질 신(新) 우주산업의 발사대가 되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 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재활용 로켓 기술은 우주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또 우주여행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파생시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광혁 미래융합연구부장(박사)은 “민간 우주시장이 싹을 틔울 수 있었던 건 이들 IT 거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과감한 투자 덕분”며 “한치 양보없는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우주 경쟁 패러다임을 관(官)에서 민(民)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항공우주과학 데스크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시애틀(미국)=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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