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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은행만 PB있나?”… 생보사도 ‘VIP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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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보험 가입자에 서비스 확대/VIP 평균연령 40∼50대… 여성 많아/수입보험료 비중 20∼30%… 증가 추세/서비스도 장기적 재산관리에 특화/

전문인력이 증여·절세 등 자문·상담/오페라 관람·골프 강의 등 다양한 지원

세계일보

한 생명보험사에서 월 170만원씩 내는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업가 김모(46)씨는 올해 초 이 보험사의 VIP 고객으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수제원목도장을 선물로 받았다. 이후 사무실 근처에서 매달 열리는 자산관리 세미나에 참석해 최저임금, 휴가 등에 대한 노무사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오페라 공연에 초대받아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특별좌석에서 아내와 함께 오페라를 감상하고, VIP 전용 라운지에서 케이터링과 기념촬영 서비스도 받았다. 김씨는 “얼마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화환까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은행의 자산가 고객 대상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같이 보험회사도 고액 보험에 가입한 ‘VIP 고객’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시장이 포화되고 경제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우량고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험 자산가 고객 평균은 50세 여성

8일 VIP 고객 전담조직을 갖춘 주요 생명보험사에 따르면 VIP 고객의 평균연령은 40∼50대, 남녀비율은 비슷하지만 여성이 좀 더 많은 특징을 보인다. 직업은 기업 경영인이나 전문직이 많다.

이들이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보험사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0%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금액(보상 최고한도액)이 10억원 이상인 계약 수는 2013년 1만3781건에서 2014년 1만5840건, 2015년 1만8839건, 2016년 1만9733건으로 매년 5∼2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보험계약 수가 매년 2%대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훨씬 크다.

보험시장이 포화돼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주요 보험사들이 VIP 고객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자산가의 수가 늘고 있는 데다 이들의 자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도 이들에게 특화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며 “VIP 고객은 보험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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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대비 장기 자산관리에 특화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 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교보생명의 ‘교보 노블리에 소사이어티’는 고객들이 경영 노하우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가업승계나 가문 재산관리뿐 아니라 인문학, 인간관계 등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강의가 제공된다.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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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금액 높은 VIP 보험상품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최저가입금액을 높인 종신보험을 내놓고 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남겨진 유족의 생활 보장을 위해 가장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으로, 매월 보험료 부담은 크지만 사망 때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아 현금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VIP를 겨냥한 종신보험은 자산관리 서비스와 일시납 할인, 가족에게 계약을 승계할 수 있는 제도 등의 부가적인 혜택이 특징이다.

삼성생명의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은 최저가입금액이 30억원으로 가장 높다. 교보생명의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은 가입 즉시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유가족이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 ING생명의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은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한화생명에는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정기보험이 있다. 정기보험은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보험금을 주지만 미리 약정한 보장 기한 안에 사망했을 때만 보장하며 보험료는 종신보험보다 싸다. 스마트CEO정기보험은 은퇴시기가 늦고 경제활동 기간은 긴 기업 경영인과 전문직 종사자 등의 고객 특성을 고려해 가입연령은 75세까지, 보장기간은 95세(체증형)까지 늘였다.

NH농협생명의 명품인생NH(VIP)연금보험은 최소보험료가 월 100만원이고, 연금개시시점에 최저보증수준을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보험료의 100∼150%까지 올렸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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