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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금융권도 컴퓨터 OFF, 주 52시간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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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전국 44개 영업점에선 오후 5시 30분이 되면 모든 PC가 강제로 꺼진다. 직원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PC가 꺼져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고, 퇴근해야 한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부터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하루 7시간, 한 주간 35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제도를 도입할 때 회사 내에선 과연 업무가 제대로 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자체 평가 결과 이 제도는 아직까지 별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엄경식 한국씨티은행 본부장은 "직원들이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적인 시간을 줄이거나 회의시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과거와 같은 양의 업무를 더 적은 시간안에 처리하고 있다"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KB국민은행의 업무용 컴퓨터가 오후 7시가 되자 자동으로 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PC 온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만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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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1년간 유예받았다. 그러나 제도의 조기 도입을 위해 미리 움직이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는 법이 강제 시행되기 전에 시범 운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PC 온오프(On-Off)제'·'유연근무제'로 52시간 근무 유도

삼성화재는 오후 6시 30분에 PC가 일괄적으로 꺼지는 '홈런(Home Run·집으로 달려가자) 시스템'을 이달부터 전격 시행했다. 이 회사는 PC가 켜지는 시간도 오전 8시로 정해 놓아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저녁 7시가 되면 본점의 PC뿐 아니라 조명까지 모두 소등된다. 꼭 야근해야 하는 직원들은 별도로 마련된 집중 근무층에서 잔무를 처리한다. 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도 이와 유사한 PC 온오프제를 도입 운영 중이다.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오전 8시~10시 사이 30분 단위로 직원들이 출근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했다. 대신 하루 8시간, 한 주 40시간 근무시간만 채우면 된다. 우리은행·현대카드·KB국민은행·SC제일은행 등도 유연근무제를 시행해 워킹맘과 먼 거리 출퇴근자들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보험사 직원은 "고질적인 야근이 많이 사라졌고, 일할 때 일하고 저녁엔 자기 계발 등을 할 수 있게 돼 직장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24시간 CD기 관리 등은 예외 적용 필요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과 연계돼 근무가 이뤄지는 금융사의 성격상 주 52시간 도입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국계 은행 한국 지점 대표는 "한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하자 유럽 본사에서 '그럼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글로벌 실시간 회의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냐'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은행 한국 법인장은 "미국에선 근무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연봉의 차등을 통해 연장 근무를 보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현금입출금기(CD기) 24시간 관리, 공항 지점 24시간 교대 근무 등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쉽지 않은 분야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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