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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DBR/Special Report]로봇에 밀려 실업?… ‘일자리 트랜스포머’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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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아디다스 스마트공장 통해 본 인간과 로봇의 공존 탐색

동아일보

아디다스가 2006년 독일 안스바흐에 세운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는 아디다스와 독일 정부, 아헨공대가 3년 이상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 공장에 신발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라인 2개에 늘어선 로봇들이 주문 내용에 부합하는 신발을 신속하게 만들어 낸다.

다른 신발공장처럼 똑같은 소재, 똑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계속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주문을 넣으면 로봇이 재단에서 마감까지 순식간에 해치운다. 신발 디자인과 소재, 깔창, 색깔, 신발 끈까지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그대로, 완전 맞춤형 신발이 생산된다. 과거 맞춤형 생산의 경우 고객이 주문 후 신발을 받을 때까지 5주 이상 걸렸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에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신발을 받을 수 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0만 켤레에 달한다. 여기에 배치된 인력은 단 10명. 기존 생산시설에서 연간 50만 켤레를 만들어 내려면 6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단 6대의 로봇이 인력 600여 명이 해내는 만큼의 작업을 척척 소화한다. 스피드 팩토리를 운영하면서 아디다스는 디자인과 제작, 매장 진열, 재고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였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운영해야 했던 공장을 독일과 미국 등 본사와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로봇으로 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강점이다. 이처럼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인간 근로자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경영 전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2호 스페셜 리포트를 정리해 소개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은 매우 매력적이다. 심리적 기복이 없고 동료나 상사와의 갈등도 없다.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며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급여 인상과 복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주 52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작업 기술이 요구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교체 또는 업그레이드만으로 기능을 확장하면 된다.

인간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과거 기계는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이른바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무에 한해 인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여 왔다. 그에 비해 인간은 똑똑하고 중요하며 재미있고 감각적인 이른바 4I(Intelligent, Important, Interesting, Instinct) 영역의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며 기계보다 우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 발달은 전통적인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상황들이 생각보다 일찍 도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이 일상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많은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편리함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로봇으로 인해 인간이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특히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들이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5년에서 2025년까지 독일을 대표하는 23개 산업군에서 스마트 팩토리가 인간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기업들이 매년 1% 수준의 추가 이익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하고 기업들의 절반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을 때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생산현장의 일자리 61만 개가 스마트 팩토리로 대체 가능했다. 표준화·기계화가 가능한 단순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품질관리, 생산계획처럼 전략이나 기획 분야에 속하는 업무들도 로봇이 대신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기업이 아닌 절반 정도의 기업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다고 가정했다는 점에서 일자리가 61만 개나 사라진다는 것은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BCG는 이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21만 개, 데이터 분석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75만 개 등 약 9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96만 개가 새로 생기고 61만 개가 사라진다면 결과적으로는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새로 생기는 직업 중 가장 수요가 큰 분야는 현장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 과학자로, 이 분야에서만 7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IT 솔루션 개발자,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로봇 코디네이터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의 상황에 국한된 조사 결과인 만큼 전 세계로 분석 대상을 확대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인력 수요가 생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현재의 지식과 정보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이다. 추가 학습을 통한 지식과 경험 충전이 있어야만 새로 조성되는 일자리 생태계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빠른 기술 발전과 기대수명의 증가 등으로 하나의 직업으로는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다. 기술 발달에 위협을 느끼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빠르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기 위한 개인의 트랜스포메이션 능력(personal transformation ability)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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