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성수 교수
최근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사회의 혐오 표현은 단순히 ‘듣기 싫은 말’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위협과 사회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 올해 초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라는 책을 펴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43·사진)는 ‘된장녀’ ‘맘충’ 등 일상적으로 쓰게 된 단어들이 모두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동남아 출신들은 게으르다’ ‘조선족들은 칼을 갖고 다니다 휘두른다’ 등 특정 소수자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말들이나 여성에 대해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등 한계를 지우는 유형도 차별을 낳는 혐오 표현이다.
―혐오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사회 문제들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혐오는 그것을 단순화해준다. 문제의 진짜 원인보다는 희생양을 찾는 게 쉽고 편하니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다. 다원적 구성을 가진 한 집단에 특정한 한 가지 이미지를 씌우고 차별, 배제의 수순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런 단순화 담론들이 빠르고 쉽게 확산된다.”
―혐오 표현에 대한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서 오해를 하다 보니 혐오가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혐오가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혐오를 근절하거나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보다는 최소한 공적인 매체를 통해서는 충분히 걸러진 이야기가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 정치 지도자, 사회 유력인사나 연구자들이 사안에 대해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며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극단적 혐오나 선동에 대해선 규제도 필요하다.”
―여혐, 남혐,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에서 최근에는 난민 문제까지 혐오의 대상이 다양해졌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난민 문제가 최근에는 가장 극단적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난민 문제는 무척 복잡하고 역사적 문제도 예민해 전문가들도 어려워한다. 어떤 문제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슈를 단순히 난민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나오는 것이 문제다.”
―사회 전반에 혐오가 만연하게 될 경우 부작용은….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실리적 면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