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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칼럼]4차산업혁명, 우리 모두가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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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전위는 중견기업

"혁명의 북소리, 중견기업서 준비"

이데일리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눈부실 만큼 빠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최단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나라. 그 숨 가쁜 시공간을 관통한 세대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호흡이다. 깊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기술 발전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일상으로 파고드는 속도 역시 붙잡기 힘들 만큼 빠르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혁명’이라는 단단한 이름도 붙여졌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기존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거대한 전환이라고 한다. 별 의미 없는 기술상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생산과 유통, 소비의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내기가 어렵다. 결국 정부와 기업, 가정을 꾸려가는 방식도 새로워지고 우리 삶의 모습도 적잖게 바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과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혁명에는 주체가 필요하다. 이들을 추동하는 힘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견결한 소명의식이다. 변화한 세상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을 상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주체는 누구일까.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한다. 언론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경영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혁명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보다 나은 공동체의 삶을 꿈꾸는 모든 생명이 집단적으로 분출하는 에너지가 곧 혁명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우리 모두인 이유다.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혁명 이후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안정화 프로세스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발의 북소리를 울리는 일이다. 전위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민첩하고 유연한 이들의 돌파력 없이 혁명은 시작조차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전위는 중견기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전체 기업의 0.1%, 4014개에 불과한 중견기업은 전위에 걸맞은 날쌘 몸집을 가졌다. 하지만 총매출액의 약 14%, 수출액의 약 17%, 고용의 약 5%를 담당할 만큼 완력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유망 산업분야인 바이오헬스와 항공·드론, 시스템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2.8%와 42.8%, 38.1%에 달한다. 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북소리를 울릴 준비를 하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자리가 늘거나 줄어든다고 전망한다.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몰락하거나 새로운 산업이 융성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두려움에 빠져 내 것만을 챙기려는 마음이 무차별하게 증폭하고, 이해보다는 미움, 대화보다는 싸움이 생겨난다. 사회적 담론은 출구 없는 갈등으로 생명력을 소진하고,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폭력이 분출한다. 가깝게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의 양태가 그러하다. 전망은 결론이 아니다. 노력해 회피하거나 달성해야 할 장애물 또는 목표다. 그 앞에서 분열하면 안 된다. 사태를 명확히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역사상 많은 혁명이 실패했다. 주체들이 분열해 서로 죽이거나 깡마른 앙시앵레짐의 부활을 목도해야만 했다. 당통과 마라가 그렇게 죽었고, 로베스피에르도 단두대에 목을 올렸다. 2월 혁명의 깃발은 또 다른 황제의 장식물로 전락했다. 승리에 도취해 되살아난 이기심과 개별적 욕망이 혁명의 비전을 쇠락시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모두가 주체다. 대화하고 이해하면서 혁명 주체로서의 집단적 열정을 지켜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의 묵시론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정작 무서운 건 우리 내부의 분열이다. 귀를 열고 말을 건네야 한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혁명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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