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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책속의 발견]7. 마당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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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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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이 일군 모든 집들의 마당들이 그런 아름다움을 가졌었다. 그 마당은 대개는 비어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어린이들이 놀든 잔치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든 그 공간은 늘 관대하게 우리 공동체의 삶을 받아들였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움이 돼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40쪽> (승효상, 컬처그래퍼)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습니다. 물론 집이 대단히 잘 살았던 것이 아니라 3~4가구가 마당 하나를 공유하는 그런 집이었죠. 한 가정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아닌, 다 같이 함께 쓰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모두 어울려 지냈습니다.

저와 친구들에게 마당은 언제나 놀이터였습니다. 무더운 여름 낮에는 수영장이었고, 선선한 가을밤에는 캠핑장이었습니다. 먹고 자고 씻고를 전부 마당에서 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죠.

특히 마당은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항상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아버지들은 이곳에 모여 술을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했고, 어머니들은 서로 살림을 도와가면서 시댁과 남편 욕을 나눴습니다. 마당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화합을 이루며 산 것입니다. 실제로 저에게 마당은 처음으로 인간관계를 경험한 곳입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과거 양반집 마당은 큰 저택의 높은 담벼락 안에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가 어릴 적 경험했던 열린 마당은 사라졌습니다. 아파트가 삶의 공간이 되면서 마당 대신 거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삶의 공간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가치관도 덩달아 변한 모습입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거실에 막혀 이웃 간 소통이 사라졌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공동체 의식은 실종됐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당이라는 작은 소통의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성환 기자 kakahong@ajunews.com

홍성환 kaka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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