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풀려나면 수사 애로 예상…실형 땐 석방 무산에 입 닫을지도
드루킹, 최후진술서 혐의 부인하는 듯 발언…특검, 드루킹-송인배 통화 기록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강애란 기자 = 재판을 더 열어야 한다는 검찰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1심 판결을 이달 25일 선고하기로 하면서 수사를 막 개시한 특검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60일간의 1차 공식 수사 기간에 드루킹이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갑자기 바꾸거나 공범과 관련자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기소한 드루킹의 업무방해 혐의가 중형을 예상할 만한 사안이 아닌 데다 기소 범위가 전체 의혹에 비해 미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에서 드루킹에게 실형이 나올 확률은 높지 않다고 예상한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드루킹 측 마준(40·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도 이를 염두에 둔 듯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업무방해 피의자의 죄만큼만 형을 받았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특검은 전날 드루킹의 구속·석방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이어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특검팀 내부에서는 드루킹의 선고를 전후해 그의 '입'이 닫히거나 진술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공작 전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사건 관여 여부 등을 규명해야 하는 특검은 드루킹의 진술을 일단 한 줄기로 잡고 다른 관련자의 진술, 객관적 물증 등과 대조하면서 그의 주장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사 기간 내내 그의 주장을 재검증하기 위해 수시로 소환할 필요성이 있는 특검으로서는 그가 1심 선고 이후 소환에 불응하거나 말을 바꿀 경우 진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루킹이 1심에서 검찰 구형대로 실형을 받을 경우에도 그간 석방을 우선 목표로 삼아왔던 그의 심리가 흔들리며 입을 닫아버릴 우려도 있다.
그간 범행을 시인하던 드루킹은 이날 A4 용지 6장 분량의 최후진술을 법정에서 읽으며 돌연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네이버 약관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다", "네이버 트래픽을 증가시켜 업무에 도움을 준 것을 네이버가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멤버인 '성원'(김모·49)을 소환해 조사했다.
성원은 전날 소환된 '파로스'(49·김모)와 함께 김경수 도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씨에게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과 관련한 편의를 기대하며 500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는다. 성원과 한씨는 서울대 인류학과 89학번 동기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드루킹을 김 도지사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의심받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017년 3월께 드루킹과 통화한 정황 등이 담긴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송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일정담당 비서로 일했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드루킹을 4차례 만났으며 드루킹 측으로부터 간담회 참석 사례금도 100만 원씩 두 차례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다만 이 사안을 자체 조사한 청와대는 당시 송 비서관이 2016년 총선에서 낙선한 야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드루킹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이르면 내주 드루킹이 다른 기사들에 대해 여론조작을 한 혐의를 추가로 기소하고 1심 선고 연기·공판 재개를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1월부터 7만5천여개 기사의 댓글 110만여개에 여론조작을 한 정황이 담긴 수사기록을 지난달 26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해당 댓글에 대한 조작 클릭 수가 총 8천6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드루킹은 500여개 기사의 댓글 1만6천여개에 대한 184만여건의 공감·비공감 클릭 조작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bangh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