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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메르켈, 난민 내주고 연정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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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련 “장관 사퇴” 강수에 ‘난민신청자 수용센터’ 합의

사민당 동의·인접국 송환 합의 등 숙제…리더십도 타격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민정책 관련 갈등으로 기독사회연합(CSU)과의 연정이 붕괴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메르켈 총리가 2일(현지시간) 내무장관직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며 반이민정책을 압박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사진)에게 난민신청자 임시 수용센터라는 절충안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연정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독일 내부에서도 이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노출하면서 메르켈의 유럽연합(EU) 통합 리더십이 앞으로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지역에 이른바 ‘환승센터’로 불리는 난민신청자 수용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른 EU 회원국에서 난민신청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기존 신청국가로 되돌려보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입국을 거부한 난민신청자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한 국가들로만 송환한다. 스페인, 그리스 등 14개국이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양자협약과 상관없이 다른 EU 회원국에 난민신청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예외 없이 돌려보내야 한다는 기존 제호퍼 장관의 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조치다. 하지만 환승센터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이는 난민 지위 인정의 기회를 엿보고 독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의 독일 입국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CSU에도 반이민정책을 위해 싸웠다는 명분을 안겨준 결과로 풀이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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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은 서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은 “EU 안에서 협력정신을 지켜내면서 동시에 유럽 내 ‘2차 이민’을 규제할 수 있는 단호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다른 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의 독일 입국 거부와 일방적인 송환은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해왔다. 제호퍼 장관은 “합의에 이르게 돼 기쁘다”면서 “여러분들의 신념을 위한 싸움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제호퍼는 시리아 내전 발발로 난민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 메르켈 정부의 난민포용정책에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오는 10월 CSU의 지역기반인 바이에른주 의회 선거를 앞두고 당이 반이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밀려 과반 의석을 잃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장관·당대표직 동시 사의표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의 바람과 달리 절충안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절충안에 따르면 환승센터에서 다른 EU 회원국으로 송환이 당사국 거부로 무산된 경우에는 인접국인 오스트리아로 송환된다. AP는 오스트리아가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정부의 다른 연정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이 센터 건립에 동의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SPD는 환승센터 설립에 줄곧 반대했다. 안드레아 날레스 SPD 대표는 “CSU가 독일과 유럽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자아도취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메르켈 총리는 CSU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치명타를 입었다. CSU가 연정에서 이탈할 경우 메르켈 정부는 의회 과반이 깨지게 된다.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연정 때문에 메르켈은 당분간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트리아가 지난 1일부로 EU 순회의장국이 된 것도 부담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난민수용정책은 물론 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예산 부족분 충당 해결을 위한 회원국들의 기여금 증가 등 현안마다 메르켈 정부에 반대해왔다.

<박효재 기자 mann616@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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