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시 성평등상'은 성평등 실현, 여성 인권 및 안전 강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공적이 큰 시민·단체·기업을 발굴해 매년 시상하는 상이다. 최영미 시인은 작년 '괴물' 시를 발표, 우리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폭로해 #미투운동이 사회적 의제로 확산되는데 이바지해 올해의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2018.7.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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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문화계와 사회 전반을 달궜던 국내 미투운동의 불을 지폈던 최영미 시인이 “한국사회가 변화를 감당할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3일 밝혔다.
'#미투 운동'이 사회적 의제로 확산되는데 이바지해 이날 서울시 성평등상 ‘올해의 대상’을 수상한 최 시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잡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청탁을 받고 문단 뒤풀이 등에서 성추행을 저지르는 한 시인을 묘사한 시 ‘괴물’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해 문단 모임에서 겪은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를 통해서 ‘En선생’으로 지칭된 인물은 명시적으로 특정 인물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고은 시인이 지목됐고 현재 그는 창작을 중단한채로 사실상 대내외 활동을 멈춘 상태다.
최 시인은 "괴물을 흠모하는 괴물 주니어들이 넘쳐난다"며 "여성의 성희롱과 성적인 대상으로 일상화 됐던 문단 분위기가 최근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중적인 반응에 놀랐고, 생각해보니 타이밍이 맞은 것 같다"며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자신의 아픈 목소리를 세상에 알린 모든 여성과 미투를 지지해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추행 폭로로 고은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서 빠지게 된 데에는 "복잡한 심경"이라며, "굳이 교과서에서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의 시가 생명력이 있다면 교과서에서 빼든 안 빼든 살아남을 것이다.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계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을 묻는 질문에 "문화예술계 수장들이 전부 남자" 라며 "문학상 시상자의 절반을 여성으로 바꾸는 등 권력을 여성들에게도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최 시인은 "오랫동안 존재했던 악습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가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며 "이 운동이 지속돼 보수적인 한국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이 성평등 문제를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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