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 운동(#Me Too·나는 고발한다)을 성적인 소재로 소비하는 성인 영화가 개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여성단체와 네티즌들은 해당 영화가 성폭력 문제를 용기 있게 고발한 피해자들의 사회 운동을 모욕하고 폄하할 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여성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상영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영화 <미투 숨겨진진실>(감독 마현진)이 29일 개봉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갑질과 성행각을 그린 성애 영화”로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빈번하고, 그 외 교수가 제자를 강제 성폭행하고, 사제 간의 이익을 위한 성행각, 자살, 남녀의 무분별한 성행위, 선정적 대화, 거친 욕설 등 주제 및 폭력, 공포, 대사, 모방위험에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공개된 줄거리를 보면 영화는 교수가 권위를 이용해 대학원생 ‘은서’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은서의 대학원생 동기 ‘혜진’은 교수에게 성상납을 해서 학업적 성취를 얻는다는 이야기다.
예고편 영상을 보면 ‘미투’를 영화제목과 주된 소재로 차용했음에도 이 영화는 오히려 미투 운동의 의의를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엿보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 속에서 두 대학원생은 철저히 성적으로 대상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투 운동을 통해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 교수의 성폭력 가해를 ‘음란한 사건’으로 왜곡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인 ‘혜진’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다는 이유로 미투 운동에서 꾸준히 문제시했던 “꽃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교수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이 알려지자 미투 운동을 주도해온 여성단체와 네티즌들은 곧바로 영화 상영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이 영화가 성폭력 문제를 ‘음란한 사건’이 아니라 전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권력형 폭력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발한 미투 운동의 의의를 훼손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기 때문에 문제적이라는 입장이다.
페미니스트 영화인 모임인 찍는페미는 28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미투 숨겨진 진실>의 예고편은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성적대상화하며 소위 ‘꽃뱀’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또한 “충격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다”고 비판했다.
찍는페미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관객들의 눈요깃거리, 성적대상이 되고자 용기내어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가해자를 벌하고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자 용기낸 것이다. 그러나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입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미투연대)는 해당 영화를 ▲자신의 삶을 걸고 온 힘을 다해 피해경험을 말하기 시작한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를 상업화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용하고 강화하며 ▲꽃뱀몰이와 강간문화를 조장하여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2차 가해를 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재판 등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저작물로 판단하고 배급사인 SY미디어 측에 사전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그러나 SY미디어는 “본 영화는 ‘미투’라는 이름을 붙여 성폭력 피해자를 모욕 또는 그럴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며 모니터링 요청을 거부한 채 영화 개봉을 강행했다.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미투 운동에 동참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개인적인 모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사회적 강간 문화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을 계속해왔다”면서 “이 영화의 개봉은 운동이 이끈 사회적인 성과를 퇴행시키고 여전히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고 전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미투_상영_반대’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성적인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하지 마십시오” 등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미투연대는 향후 이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