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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에 떨기 싫어…`몰카 잡기` 박사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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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기태 불편한사람들 팀장, 신민경·박준석 팀원(오른쪽부터)이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여자화장실 앞에서 직접 제작한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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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칸마다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설치했어요. 이 탐지기를 몰래카메라에 갖다 대면 숨어 있던 몰래카메라 렌즈가 빛을 냅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여자화장실 앞. 김기태 불편한사람들 팀장(서울대 재료공학부)과 팀원 신민경 씨(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준석 씨(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가 말했다. '불편한사람들'은 여성이 안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비전 아래 모인 프로젝트팀이다. 이들은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잡기 위해 서울대 창업동아리 SNUSV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김 팀장은 SNUSV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기존 몰카 탐지기는 판매가격 20만~30만원으로 비싸고,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불편한사람들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누구나 탐지기를 휴대폰 카메라에 부착하도록 해 비용을 낮췄다. 탐지기는 3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 몰카 탐지기는 눈 가까이 붙여서 사용했는데 이 탐지기는 휴대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김 팀장은 탐지기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휴대폰에 연결된 탐지기에서 나온 빛이 몰카 렌즈에 반사되는 방식입니다. 탐지기 적외선이 휴대폰 손전등 조명을 타고 퍼져 나갑니다. 탐지기를 이용하면 최대 60㎝까지 떨어진 곳에 숨겨진 몰카를 발견할 수 있어요."

김 팀장은 '남중·남고·공대·해병대'를 나와서 여자를 만날 기회가 적었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다만 누나가 2명 있어요. 작은누나가 항공사 승무원인데 외국 숙소에 갈 때 몰카 범죄 때문에 불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불편한사람들은 지난해부터 아이템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최근 양산 준비를 끝냈다. 7월 안으로 중국 공장에서 탐지기 1000여 개를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사비를 털어 만든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데가 한 곳도 없었다. 설치할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 먼저 연락준 곳이 있었다. "경기북부경찰청 경찰관들이 먼저 같이해보자고 했어요. 그 덕분에 지금은 일산 지하철 여자화장실, 서울대 학생회관 여자화장실에 탐지기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탐지기 29개를 일산 지하철 여자화장실에 설치했는데 26개나 도난당했어요. 결국 탐지기에 방범 장치를 부착해야 했죠."

불편한사람들은 몰카만 파헤치며 어느덧 몰카 전문가가 됐다. 신민경 팀원은 "제 주변 친구 가운데 몰카 피해자가 있어 그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실제로 몰카에 찍히고 해당 내용이 유출되면 피해자가 겪는 두려움과 정신적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행히 요새 많은 분이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시도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탐지기 외에도 다양한 '몰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석 팀원은 "무엇보다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고 아무나 몰카를 살 수 없어야 한다. 또 유포된 몰카 영상을 삭제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러하듯 몰카 범죄도 단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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