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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돌파구 못찾는 EU 난민갈등… 솅겐조약까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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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국 긴급 정상회의 합의 불발

난민 2차이동 방지 추진 메르켈… “개별국가와 양자-삼자협상 추진”

伊 “1차이동 해결이 먼저” 반발… 동유럽국은 ‘난민할당’ 원천거부

28일 정상회의서도 해결책 난망

“난민과 이민 이슈를 방치하면 솅겐조약의 미래가 위태롭다.”

24일 유럽연합(EU) 16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난민 관련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은 곧 유럽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책임과 연대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985년 체결돼 EU 회원국들 간 별도 통행 절차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솅겐조약이 난민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함께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국가다. 다른 EU 회원국들이 이탈리아, 그리스로부터 들어오는 난민들의 자국 입국을 막으려다 EU 통합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EU의 한 외교 소식통도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민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솅겐조약은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원인은 역설적으로 유럽 통합의 선봉 역할을 해 온 독일이 제공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다른 나라를 거쳐 온 난민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앞장서면 다른 EU 국가들이 이를 다 쫓아오고 사실상 솅겐조약이 무너질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에게 “7월 1일까지 대안을 갖고 오지 못하면 연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난민정책에 관한 이견으로 대연정 해체 위기에 처한 메르켈 총리는 부랴부랴 난민 관련 비공식 정상회의를 소집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후 “EU 전체 합의가 쉽지 않다”며 “EU 개별 국가와 양자 혹은 삼자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동아일보

현재 EU 회원국들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 크게 3개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EU의 최대 부국 독일은 난민들의 ‘2차 이동’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난민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통해 유럽 땅을 밟아도 최종 목적지는 독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오스트리아도 이에 동조한다. 1990년 더블린조약은 난민이 처음 입국한 EU 국가에서만 망명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고 다른 국가로 이동해 난민 신청을 하면 처음 입국한 국가로 이송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송되는 경우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2차 이동 방지 구상에 강력히 반발한다. 이탈리아의 콘테 총리는 “가장 심각한 건 1차 이동인데 이것에 대한 해결 없이 2차 이동을 논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민이 도착한 첫 국가가 그 난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EU 국가가 난민 수용의 책임을 나누고, 이를 거부하면 EU 펀드를 지원받지 못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EU가 회원국들에 난민 수용의 책임과 연대를 강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4개국(V4)’ 정상들은 24일 정상회의 참석을 보이콧했다.

EU는 유럽 밖에 센터를 지어 그곳에서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EU 국경 감시 병력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추진 중이지만 각국의 감정이 격해져 있어 28일 EU 정상회의에서도 난민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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