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24일 터키 대선·총선 술탄 에르도안 집권 연장 가능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르도안과 집권당 물량공세로 지지층 결집 시도

야당 “에르도안 피로감 여론” 주장하며 맹추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여부를 가늠할 터키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가 24일 치러진다. 지난해 국민투표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꾼 후 치러지는 첫 선거다. 당초 내년 11월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국정안정이 필요하다며 선거를 1년 이상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번 선거를 “터키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주목하고 있다. 개헌을 통해 5년 중임을 허용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소한 터키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다음달 8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현재 판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율 40%대 중ㆍ후반을 유지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 후보 세 사람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중도 좌파 성향 공화인민당(CHP) 무한렌 인제 후보가 30% 안팎의 지지를 받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우파 좋은당(YIP) 매랄 악셰네르 후보, 쿠르드계 좌파 인민민주당(HDP) 셀라핫틴 데미르티시 후보(옥중 출마)가 그 뒤를 쫓고 있다. ‘반(反) 에르도안’ 전선을 펴고 있는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치면 50%에 육박,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인제 후보는 최근 수감 중인 데미르티르시 후보를 면담하며 연대 의지를 확인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 측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터키가 세계 무대에 등장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KP역시 막강한 자금력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수는 리라화 급락과 물가 상승 등 최근 악화된 경제사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측은 최근 통화가치 급락은 외세의 음모 때문이라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야당 측은 “에르도안이 조기 대선을 실시한 것은 경제 위기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터키호(號)’의 새 선장이 필요하다고 반격하고 있다. 이들은 또 ‘E(에르도안의 약자)-피로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막판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같은 날 치러지는 총선에서 AKP가 의회 600석 가운데 과반을 달성할지 여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AKP와 민족주의행동당(MHP)이 구성한 선거연대 지지율은 48.7%(각각 42.9%와 5.8%)로 나타났다. AKP 단독으로는 과반에 미달할 것이 유력하며 선거연대를 결성한 MHP 지지율을 합쳐도 50%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 의회가 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경우 조기총선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으며 정국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