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빠른 속도로 지점 수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 창구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자금 이체나 입출금, 계좌 조회 등 간단한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는 비율이 사상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별 업무처리비중'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은행 창구에서의 입출금과 자금 이체 거래 비중은 전체의 9.5%였다.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은 창구를 비롯해 현금자동지급기(CD)·은행자동화기기(ATM), 텔레(전화)뱅킹, 인터넷뱅킹으로 구분된다. 창구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거래 건수 비중이 가장 높은 채널은 인터넷뱅킹(46.2%)이었다. 이용률이 계속 줄어드는 창구와 텔레뱅킹과 달리 인터넷뱅킹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계좌 조회나 자금 이체 결과 조회 등의 서비스를 창구에서 이용하는 비율(9.8%)도 사상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CD·ATM, 텔레뱅킹 모두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터넷뱅킹은 매 분기 상승하며 이용률(85.1%)이 90%에 가까워지고 있다. 비(非)대면 거래 활성화로 대출 신청과 같은 다소 번거로운 업무도 인터넷뱅킹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분기 3100건에 그쳤던 인터넷뱅킹 대출 신청 건수는 올 1분기 1만7100건으로 5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지점 수는 지난 5년간(2013~2017년) 14%가량 줄어든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찾는 사람은 줄고, 이용자 연령대도 고령화되고 있다"며 "비용 절감과 디지털 중심의 조직 개편을 위해 지점 수는 지속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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