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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국채 2년물보다 낮게 발행된 한국 국채50년물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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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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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1일 실시한 올해 두 번째 국고채 50년물 입찰 결과는 놀라웠다.

예정액(5000억원)을 웃돈 5400억원이 2.510%에 낙찰됐다.

부분낙찰은 없었으며 응찰금액은 1.04조원(응찰률 208.0%), 응찰금리는 2.200~2.620%였다.

장기투자기관의 탄탄한 초장기채 수요로 낙찰금리가 상당히 낮았던 것이다. 현재 10년 이상 한국의 장기국채 금리는 2.6% 이하에 머물고 있다. 또 전일 낙찰된 50년 금리는 현재 2.55%대인 미국채 2년물 금리보다 낮다.

정부는 "3월에 이어 6월도 50년물이 성공적으로 발행되면서 안정적인 재정자금 조달과 차환위험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또한 이번 발행으로 장기 재정전망, 초장기 공사채·회사채발행 등에 활용되는 벤치마크로서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향후 3·4분기에도 50년물 투자자협의회 등 최종 수요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적정 발행 시기와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분기 경험과 장기채 부족에 대한 부담...스트립 수요

당초 정부는 올해 분기당 국고50년물을 3000~4000억원 수준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엔 1분기(3250억원 2.64% 발행) 수준을 크게 웃도는 5000억원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밀하게 수요조사를 한 결과 발행액을 높였다고 했다. 입찰이 잘 될 것이라고들 생각했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국고10~30년 금리가 2.6% 근처에 있던 상황에서 50년물 낙찰금리가 2.5%를 겨우 넘는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전날 입찰 결과가 발표된 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낙찰금리가 놀라울 정도로 낮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다른 딜러는 "미친 가격에 낙찰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투자자들이 50년짜리 채권을 상당히 비싸게 산 것은 당연히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강했기 때문이다.

A 프라이머리딜러는 "50년 입찰이 강했던 것은 미리 거래를 확정 지어 놓은 스트립 원금채 수요 때문"이라며 "수요가 너무 강해서 사실 응찰을 안 하는 게 맞는 행동이었는데, 증권사와 보험사가 스트립 거래를 미리 확정 지어둔 상황이어서 무조건 받아야 하는 물량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립 제도는 이표채의 원금과 이표를 분리해서 각각을 무이표채권으로 매매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국내 국채시장에선 2007년 4월에 20년 만기 국고채를 대상으로 이 제도가 처음 실시됐으며 2016년엔 스트립전문딜러 제도가 도입됐다.

스트립을 활용하면 다양한 만기의 무이표채권이 만들어져 각자의 투자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예컨대 보험사는 스트립 원금에 투자해 듀레이션을 확대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딜러는 "이 같은 사전 딜던(deal done)은 올해부터 손보사에서 초장기채를 담아야 하는 수요가 생겼지만, 지난 3월 3천억 발행 당시 손보사들이 수요조사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행량이 정해진 부분이 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즉 1분기말에 물량 확보를 못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딜러는 "입찰의 3/4 이상은 스트립 원금에 대한 수요였을 듯하다. 또 하나 단일가 낙찰방식 입찰이어서 금리가 이렇게 강하게 된 측면도 크다. 차등 낙찰방식이었으면 스플릿이 무서워서 받는 금리를 신중하게 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무조건 받아야 하는 수요 때문에 언더20bp, 30bp까지 금리를 낮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던 탓에 정부는 상당히 낮은 금리에 가장 만기가 긴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1분기 50년 입찰 당시의 경험이 올해 두 번째 50년물 입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 프라이머리딜러는 "50년 입찰이 강했던 것은 당연할 일"이라며 "3월에 스트립 때문에 이표 투자기관들이 물을 먹었고, 장기채가 필요한 보험사들은 금리 레벨로 접근하다가 재미를 못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필요한 기관들이 너무 재다가 스트립에 물 먹은 뒤 그냥 치고 들어온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50년이 필요한 보험사들은 급해지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 봄 대형 보험사들은 금리 메리트 등을 따지다가 물량을 받아가지 못했고 중소형 보험사들은 스트립 수요 등으로 물건을 채갔다.

■ 여전한 장투기관 수급 문제

어찌됐든 전일 50년물 입찰 결과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금리 레벨 보다는 듀레이션을 늘리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C 장기채권 투자자는 "국고50년 입찰이 강했지만, 전체적으로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철도공사채 30년물도 민평 대비 언더8bp에 1200억원이 낙찰됐다. 듀레이션을 무조건 늘려야 하니 과열이 불가피했지만, 큰 북에선 사실 별 티도 안 나니 국고50년 입찰에 강하게 참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20%에 응찰한 것은 스트립 주문을 받은 증권사에서 안전을 위해 쓴 것으로 보이는 무조건 받자는 수요였다. 문제는 이게 반기만 지나면 해소되는 수요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IFRS 회계 때문에 보험사들이 자산 듀레이션을 계속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긴 채권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점도 강하다.

예컨대 일각에서 얘기하는 대로 보험사 부채 듀레이션이 15년 정도이고 자산 듀레이션이 10년이라면 2022년까지 자산 듀레이션을 5년 늘려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문제다. 1년이 지나면 자산 듀레이션은 1년이 줄어드니 실제로는 자산 듀레이션을 매년 2년씩 늘려야 한다는 진단 등이 나온다.

결국 회계제도 변화에 따른 수급상의 문제로 계속해서 30년 등 만기가 긴 국채와 스트립채권, 긴 공사채 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회계로 인한 장기투자기관의 수급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자산과 부채 매칭을 위한 장기물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발행물량 등과 관련해서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 낮은 초장기물 금리가 말하는 미래와 수익률 곡선에 대한 논박

이런 가운데 50년물 입찰이 성황리에 끝나면서 수익률 곡선이 더 눕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인다.

D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초장기 금리가 너무 낮다. 한국에서 가장 긴 50년짜리 국고채가 미국채 2년물 금리보다 낮게 발행됐다"면서 "수급 요인이 있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간으로 보면 젊은층 인구가 줄고 있고 한국경제에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장기금리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반영하는 면이 있으며, 일드 커브가 더 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IFRS 문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낮은 장기금리를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수급 요인으로 크게 낮아진 장기금리를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는 것은 좀 과도한 것 같다. 일드 커브도 이미 많이 누워 있어서 여기서 얼마나 더 눌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F외국계 은행의 한 운용역은 "일드 커브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제 패닉성 사자로 50년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 기재부가 수요조사를 했는데, 펑크를 낼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즉 일종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의 장기투자기관은 금리가 높으면 들어오고 하는데, 이 레벨에서 장기물을 계속 살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험권과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회계문제 때문에 초장기물 레벨이 크게 낮아진 가운데 보험사의 외화채 투자시의 엄격한 헤지 문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G 장기물 투자자는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은 내부 사정 때문에 못 움직이다가 위기가 닥칠 때 준비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 보험사 자산운용에 대한 툴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듯하다"면서 "한국이 왜 서둘러 IFRS17에 맞추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을 반드시 빨리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FX스왑 왜곡의 주범도 에셋스왑에 열을 올린 보험사였다. 환이 최근 며칠 2% 이상 절하되는 데도 스왑포인트가 더 악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장기투자기관이나 증권사가 채권을 늘려놨는데, 금리가 바로 급등하면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금리차를 유지한 한은도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해외 투자 시 환 헤지를 강제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사실 유연한 지도가 좋다"면서 "미국 장기물을 사서 듀레이션이 확보되면 50년 채권을 10년 금리보다 낮게 찍어야 하는 바보 같은 상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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