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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中 무차별 습격…韓주력산업 LCD·해양플랜트 위기의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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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기하영 기자] 중국이 엄청난 자금력을 무기로 한국의 주력산업을 겨냥해 '치킨게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업체들이 올들어 LCD 가격을 꾸준히 하락시키며 국내 간판기업들을 벼량끝으로 내몰고 있다. 해양플랜트에서는 중국업체들이 국내 3분의 1 수준의 인건비를 내세워 수주를 싹쓸이 하면서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35년만에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주요 팀장급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중국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미래투자를 할 수없을 정도 수익을 떨어뜨리려 치킨게임을 유발하고 있다"며 "3년 뒤 우리 모두가 이 회사에 없을 수 있지만, 중국에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당장의 수익에 연연해하지말고 차세대 투자에 집중하자"자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공세로 LCD패널 가격은 올들어서만 20%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203달러였던 TV용 LCD 패널 평균 가격은 현재 140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한 부회장은 "실적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지만, 지금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디스플레이산업의 미래는 없다"면서 "후배들에게 미래를 물려준다는 신념으로 회사의 모든 비용을 줄여서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 LG디스플레이는 강도높은 비용절감책과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섰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총 9조원을 플라스틱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투자한다. 내년에도 약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설도 불거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지만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은 계획에 없다"면서 "강도 높은 원가 절감책과 함께 분야에 따른 일부 투자 속도 조절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도 비상이다. 43개월째 한 척의 수주도 없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이 결국 8월부터 일시 가동 중단된다. 이 회사의 해양공장 가동 중단은 1983년 4월 해양공장이 별도로 준공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사장)은 22일 "해양야드는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며 "조직 통폐합과 대규모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특히 3분의 1수준의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물량이 나와도 수출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정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3분의 1 수준의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 싱가포르 업체를 이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국, 싱가포르에 모두 빼앗겼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수주 '치킨 게임'에 국내 조선사들이 일감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일거리가 없다 보니 유휴 인력이 생기고 이는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년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인력감축은 실시하지 않았지만 일감절벽에 따른 유휴인력은 고민거리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싱가포르 조선사와 비슷한 가격을 맞추려면 우리 사업 구조에서는 적자를 보고 수주할 수 밖에 없다"면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킨 게임'을 벌이는 중국으로 인해 한국 대표 산업들이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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