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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IBK기업銀 정규직 전환 '논란'…자회사 설립 정규직 추진에 파견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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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기업은행이 일부 용역 근로자들을 은행 정규직이 아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용역직 직원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기존의 용역업체를 합병해 새로운 용역업체를 만드는 것에 그칠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비즈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해용 기자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환경미화·시설관리·경비·조리·사무보조·운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파견·용역 근로자 약 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창구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약 3300여명의 준정규직 행원들은 지난 3월 은행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약 2000명의 용역 근로자들의 처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용역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경비·시설관리·환경미화·사무보조·조리 등 각 직군별 대표들이 주축이 된 노사대표단이 구성됐지만 15차례 회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 은행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 전환 용역 근로자에 유리”

기업은행은 용역 근로자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는 직접고용 방식이나 자회사 방식을 선택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자회사를 신설해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용역 근로자 수가 많아 별도의 전문조직으로 만들어 독립적인 인사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모기관의 특성, 조직 규모,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회사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또 “은행 입장에서는 용역 근로자들을 은행이 직접 고용하는 방안이나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방법의 차이일 뿐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측에 따르면 은행은 노사협의기구 회의에서 노동자 대표단에 자회사 설립 후 정직원으로 전환하면 정년을 65~70세로 은행(60세)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직접 채용을 하면 은행 내규에 따라 경쟁 채용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하면 정규직 전환과 고용 승계도 이뤄진다고 했다.

◇ 근로자 “자회사는 곧 또 다른 용역회사…직접고용 해달라”

용역 근로자 측은 사측이 자회사 설립을 위해 왜곡된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방식은 결국 새로운 용역업체의 정규직이 될 뿐 파견·용역 근로자들에게 유리할 게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은행의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의 열악한 처우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용역 근로자들은 본인들이 속한 용역 업체가 지정한 업무만 맡아야 하지만 원청(기업은행)에서 다른 업무를 지시하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시를 거절하거나 원청의 지시 사항을 수행하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 직장을 잃는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은행이 파견·용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근로자 측은 은행의 용역업체 운용 재원만으로 직접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파견·용역 근로자는 “기업은행 자회사의 정직원이 된다 해도 결국은 지금의 원청(기업은행)-도급(용역업체)-근로자 구도에서 용역업체가 자회사로 바뀔 뿐 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르면 경비, 청소 등 친(親)고령화 직종은 정년을 65세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이 직접 고용해도 정년을 65세로 예외로 둘 수 있다”며 “직접 고용시 경쟁 채용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자회사 설립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주 기자(s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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