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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 조이스 김 “韓 암호화폐 거래소는 글로벌 해커 타깃...돈 안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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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 살면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돈 안 맡기죠(I wouldn’t leave my money in an exchange).”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조이스 김(사진) 스파크체인 캐피탈 매니징 파트너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량과 거래 비중이 커 러시아, 북한 등 글로벌 해커의 공격을 받기 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거래량 기준 2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7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레일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태가 잇따르자 우려를 표한 것이다. 2017년 4월부터 지난 20일까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다섯 차례나 해킹을 당했다. 전체 해킹 피해액 규모만 1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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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김 스파크체인 캐피탈 공동설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 /스파크랩 제공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 업체) ‘스파크랩(SparkLabs)’이 개최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 파트너는 “해커들이 표적으로 삼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굳이 암호화폐를 보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개인 지갑(personal wallet)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관리인(custodian)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미국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관리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보험 상품에도 가입돼 있다.

그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보안 기술 발전, 제도 마련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차차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땐 분실 시 정보 유출을 피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원격 삭제(remote erase)’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용자의 암호화폐를 거래소가 보관하지 않고 중개만 하도록 설계한 ‘탈중앙화(decentralized) 거래소’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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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체인 캐피탈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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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인 김 파트너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 1세대 중 한 명이다. 코넬대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 석사,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증권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금융 특화 블록체인 플랫폼인 ‘스텔라(Stellar)’를 설립하며 업계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스파크랩 그룹과 손잡고 블록체인 전문 투자펀드인 ‘스파크체인 캐피탈(SparkChain Capital)’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스파크랩은 21일 오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자체 발굴한 스타트업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데모데이(demoday)’를 개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ICO(암호화폐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원래 ICO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벤처투자(VC) 펀드와 잘 맞지 않아 전통적인 방법으로 방향을 바꿨다. 원래 크라우드 펀딩을 좋아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돈 많은 전문 투자자(LP, 유한책임출자자) 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더 민주적(democratic)이기 때문이다.

ICO도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하기 때문에 추진했던 것인데, 자금을 조달(fund raising)하려고 살펴 보니 관련법이 아주 복잡하더라.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였고, 당장은 비용과 혜택을 비교해도 효율적이지 않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아닌가.

“크라우드 펀딩이나 ICO는 돈 자체보다 기능(function)이 중요하다. 우리는 ICO를 돈 때문에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ICO는 커뮤니티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민주적으로 투자·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음 펀드를 조성할 때는 꼭 추진하고 싶다. 리스크가 많긴 하지만 계속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최대 1억달러(약 1100억원) 정도로 조성하려고 한다. 우리 펀드에 출자하고 싶어 하는 LP들이 많다. 지금 LP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려 깊은 LP를 원한다. 단순히 수익만 따지는 출자자보단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에 관심 많은 LP가 좋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잘 아는 LP를 모아 우리가 투자할 스타트업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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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김 스파크체인 캐피탈 공동설립자가 20일 펀드 운용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스파크랩 제공



-최근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문제가 이슈다.

“내가 한국에 살면 한국 거래소에 돈 안 맡긴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볼륨이 크다 보니 러시아, 북한, 미국 해커들이 타깃으로 삼기 좋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한국은 좋은 대학이 많고, 교육 시스템도 훌륭하기 때문에 충분히 관련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1억원의 현금이 있다면 아무에게나 맡기겠나. 투자 액수가 클수록 더 많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국채를 예로 들어 보자. 안전하니까 이자율이 낮다. 하루 수백 배의 수익을 원한다면 리스크에 대비해야만 한다. 나에게도 친구나 가족이 ‘투자해야 할까’라고 항상 물어보는데 투자는 ‘당신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향후 보안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나.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에 있었고 잃어 버려도 별 대책이 없었다. 지금은 원격 삭제가 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안 문제는 블록체인, 암호화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시대엔 ID, 패스워드 등 모든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올려져 있고 ID 도용 사례도 많다. 이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면 관리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고, 대기업 등 제도권 금융에서도 보험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보안 기술이 개발될 것이고 결국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인가.

“공급망(supply chain), 데이터 베이스,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 세 가지 분야는 아주 중요하며 인류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예를 들자면 콩고에 한 커피콩 스타트업이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유통 과정에서 중개업체를 없앴다. 커피콩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수익이 더 돌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농부 아버지의 수익이 10% 늘어나면 딸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누구나 돈을 더 벌기 원하지만, 이 사례처럼 생산자의 수익 확대는 그 파급력이 훨씬 크다. 지역으로 구분하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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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체인 캐피탈 공동 설립자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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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보단 기술·임팩트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5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 업계엔 돈보다 기술에 관심 갖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 99%가 돈이 목적이다. 돈이 중요한 건 맞지만, 이런 기조가 기술 발전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엔지니어, 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이메일을 만든 사람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들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기술이 바꾸는 세상이다. 혁신의 역사를 보면 한 사람, 한 팀, 한 가지 기술이 큰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게 멋진 거다(That’s the cool stuff).”

-스파크체인 캐피탈의 비전은 무엇인가.

“큰 펀드를 운용한다면 뭔가 다른, 특별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부터 난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과 마인드셋이 조금 달랐다. 돌이켜 보면 잘못 판단한 적도 있었지만 제대로 판단한 적이 더 많았다. 스텔라를 시작했을 때 암호화폐는 비트코인밖에 없었다. 당시 알트코인을 얘기하면 쓰레기(trash)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트코인 매매 비중이 35%밖에 안 된다. 결국 다수가 알트코인으로 넘어왔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미국 달러, 금융 시스템은 다 던져 버려. 찢어 버리고, 다 태워 버리자’고 했다. 난 줄기차게 ‘기존 시스템과 통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함께 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스파크체인 캐피탈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들이 선택할 회사와는 다른, 새로운 타입의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진실하게 사업에 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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