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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포스코 회장 누가 돼도, 포피아 혹은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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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저렇게 시끄러운 것을 보니, 누가 회장이 되든 '낙하산' 아니면 '적폐'라는 비판에서 못 벗어나겠네요."

21일 막바지로 접어든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여러 잡음으로 시끄러워지자 포스코 내부에선 "결국 이번에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한탄이 나왔다. 주식회사이자 사(私)기업인 포스코 회장 선출에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권은 절차적 문제로 선출 작업 중단을 요구하고, 포스코 출신의 유력 후보에 대해선 "중도 사퇴한 권오준·정준양 회장 때 잘나간 이른바 적폐 세력" "포피아(포스코 마피아라는 뜻)가 밀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외부 출신 후보자에 대해선 "현 정권 ○○○와 친한 낙하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송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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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포스코 회장 후보로는 김준식·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장인화·오인환 포스코 현 사장, 박기홍 포스코 에너지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대표 등 전·현직 포스코맨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외부 출신으로는 조석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2차관, 이희범 전 LG상사 부회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권이 와글와글

이날 포스코는 "최고경영자(CEO) 후보 가운데 면접 대상자 5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여 명 후보자에서 5명까지 추려진 것이다. 사외이사 전원(7인)으로 구성되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5명에 대해 심층면접 등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이르면 23일 최종 후보자 1인만 남게 된다. 이후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포스코 회장이 된다.

하지만 국내 1위, 세계 5위 철강사를 이끌 '아이언맨' 선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자,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선 뜬금없는 포스코 회장 선출 관련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권칠승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부실 경영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혁신 주체를 선출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기만"이라며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승계 카운슬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포스코 CEO 승계 카운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고,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포스코 출신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스코 CEO 선임 과정에 여권의 부당한 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명을 냈다.

재계에서는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포스코 회장 선출에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빠져서 뒤늦게 난리 치는 것"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승계 카운슬에 대놓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 등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논란 자초한 '깜깜이 CEO 승계 카운슬'

정치권 개입으로 점점 진흙탕이 되고 있는 포스코 회장 선출은 CEO 승계 카운슬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CEO 승계 카운슬은 상세한 후보 기준은 물론 후보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포스코 측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명예 등을 고려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국내 6위 대기업 회장을 뽑는데 밀실에서 깜깜이식으로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후보자 선정 기준도 두루뭉술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판이 계속되자 포스코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면접 후보자 5명의 명단을 본인 동의를 거친 뒤 발표한다고 밝혔다.

CEO 승계 카운슬은 후보자 선정 기준과 원칙을 스스로 어기기도 했다. 당초 외부 후보 8명을 압축했다고 발표해 놓고, 이후 11명으로 후보를 늘렸다. 그러자 "꼭 들어가야 하는 누군가를 끼워넣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말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누가 포스코 회장이 되든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회장이 중도 사퇴하는 '흑역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2년 남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4월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밝혔다.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임기를 제대로 마친 회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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