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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방산株, 남북 평화무드 땐 떨어지던데… 왜 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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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는 방위산업 관련주(이하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일에 2만3350원이었던 주가가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3만3450원으로 1만100원(43%) 급등했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35%,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7%씩 주가가 올랐다. 이 무렵 한반도에선 두 차례(4월 27일, 5월 26일)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무력 대결 구도가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남북 평화무드는 방산주에 악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을 깨고 방산주들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는 남북한 평화체제가 안착해 군비 축소가 진행되더라도 더 고도화된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군 내부에선 "미군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한국군의 군사 능력은 더 커질 것이고, 동북아 주변국들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전력 증강은 필수적"이라는 해석들이 나왔다. 여기에 한국 방위산업 제품들의 해외 수출에 거는 기대감도 방산주 상승에 한몫했다.

주가가 때때로 겉으로 드러난 이유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환경, 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가가 오르내린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할 땐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치·정책 영향으로 거꾸로 움직인 주가들

지난 3월 22일(현지 시각)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 달여간 한국의 은행업 지수는 5.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3.2%)보다 폭이 더 컸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이 늘어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른다. 게다가 은행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간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주가는 거꾸로 움직인 셈이다. 지난 13일 미국이 다시 금리를 올렸지만 은행 주가는 역시 하락했다.

이는 정부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억제할 거라는 전망이 은행주들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여기에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도 은행주 하락의 원인이 됐다. 한정태 하나금융지주 연구원은 "금융 당국이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과 가산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5년 만에 금 투자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이 세계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될 거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커지면서 국내 금은 맥을 못 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4011억원이었던 국내 11개 금펀드 설정액은 지난 4월 3748억원으로 약 7% 감소했다. 이 기간 국내 금 펀드 수익률은 5.3% 하락했다.

◇투자 전엔 다양한 요인들을 여러 각도에서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 눈에 띄는 한두 가지 요인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므로 투자하기 전 면밀한 분석을 하라는 뜻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수석연구원은 "요즘은 경제와 별개의 정치적 요인들이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는 혼란한 시기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투자 이전에 호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투자 대상 기업뿐 아니라 관계 회사의 실적 등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은행주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거꾸로 갔는데 이는 실적 호조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또 지난 2월 삼성SDI는 3년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지만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2% 하락했는데 이는 관계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이 부진할 거란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었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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