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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原電 조기폐쇄·백지화 비용 최대 8000억, 전기료서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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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1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탈(脫)원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핵심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정부는 수천억원 규모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비용을 국민이 낸 전기료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밝혔다. 또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가 국민에게 발부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료서 뗀 돈으로 '탈원전 비용' 충당

탈원전 정책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최근 한수원이 결정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계획 백지화에 드는 비용은 1조원에 육박한다. 월성 1호기는 한수원이 수리비와 지역지원금 등으로 총 7000억원을 투입했으며, 당초 2022년까지 가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현재의 잔존 가치는 1836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수원이 향후 정부에 손실 보전을 청구할 금액은 1800억~7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로 건설이 백지화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에 각각 904억원, 33억원씩이 땅 매입비 등으로 이미 투입됐다. 결국 현재까지의 탈원전 총비용은 최소 2700억대에서 8000억원 정도인 셈이다.

조선비즈

21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한수원 노조원들이‘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사반대’를 외치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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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탈원전 비용에) 쓰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에서 밝힌 대로 산업용 경(輕)부하 요금(심야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다른 시간대 요금을 조정해서 기업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탈원전 비용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조달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 국민이 매달 전기료로 내는 금액 가운데 3.7%씩 떼어낸 돈이라는 점이다. 원래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명시된 기금의 용처는 전기의 보편적 공급을 위한 사업, 전기 안전, 전력 산업 연구·개발(R&D), 해외 진출 지원 등으로 특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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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용도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도 각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이 기금이 활용되고 있다"며 "시행령을 고쳐 기금을 탈원전에 사용한다 해도 모법(母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현재 많은 기업은 전기 사용량의 절반을 요금이 싼 심야 시간에 쓰고 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경부하 요금 할인 폭이 10% 줄어들면 전기료는 3.2% 인상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폭탄 돌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사회적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돈"이라며 "이걸로 탈원전이란 정치적 결정으로 발생한 비용을 메우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덕 주민들, 원전 백지화에 아우성

신규 원전 백지화는 해당 지역 주민의 분노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천지 원전 1·2호기 건설 예정지였던 경북 영덕군에 줬던 지원금 380억원 회수 방침을 밝혔다. 대진 원전 1·2호기 건설이 백지화된 강원 삼척의 경우에는 사업 초기라 지원금 집행이 거의 없었다. 산업부는 법제처로부터 "영덕에 지원된 380억원을 회수해야 한다"는 해석을 받았으며 조만간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회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영덕군은 비상이 걸렸다. 지원금 380억원은 주민들에게 나눠지지 않고 아직 군(郡) 금고에 보관돼 있다. 군 의회가 "원전 유치 반대 주민이 많다"고 제동을 걸면서 집행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영덕군은 원전 지원금을 나중에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금융기관에서 292억원을 빌려 오포지구 개발사업, 농공단지 조성 등에 썼다. 380억원은 영덕군의 4년 치 세수와 맞먹는다. 지원금을 돌려주게 되면 군은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지원금은 회수하더라도 영덕군에 대한 지원 방안은 별도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영덕=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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