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마리한화’ 야구처럼… 뚝심 홍보 한화, 이미지 확 좋아졌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경영 비전 선포 8년 성과

동아일보

한화그룹이 지난해 선보인 ‘나는 불꽃이다’ 태양광편 광고의 한 장면. 핵심사업인 태양광 분야에서 묵묵히 셀 생산량, 모듈효율 부문 세계 1위를 일군 열정을 불꽃으로 표현했다. 불꽃 캠페인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대 같다’ ‘야구가 떠오른다’ ‘남성적이다’….

6년 전 한화그룹이 전국의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사에서 나온 표현들이다. 국내 기업 중 인지도는 12위에 그쳤다. 당시 재계 순위(10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화약, 석유화학 등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의 사업구조여서 대외 이미지 전략에 무심했던 탓이었다.

2010년 신경영비전 ‘퀄리티 그로스 2020’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한화의 이미지 새로 만들기 작업(리빌딩)을 위해 이듬해인 2011년 제일기획에서 영입한 박지영 커뮤니케이션팀 상무는 난감했다. 박 상무는 그룹의 첫 여성 경영임원이기도 했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를 보던 박 상무는 일반인들의 답변 중 눈에 띄는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한화를 ‘소리 없는 강자’로 느낀다는 일반인들의 생각, 또 하나는 별도로 진행한 사내 조사에서 직원들의 로열티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박 상무는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 되지 않은 스토리’가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커뮤니케이션팀은 한화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무조건 사랑받고 존경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점이 있어도 ‘이 회사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고 느낄 만큼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박 상무의 생각이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화가 찾은 존재 이유는 ‘조력자(helper)’였다. 그룹 모태인 화약부터 방위산업, 항공엔진 등 60여 년간 국내 다른 산업에 필요한 일을 해온 것이 곧 그룹의 정체성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팩트 기반의 뚝심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세웠다. 이렇게 2015년 시작한 ‘나는 불꽃이다’ 광고에서 한화는 ‘나는 불꽃’이라고 표현하며 세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개발해 세상을 움직이는 자신의 역할을 과장 없이 표현한다. 이 광고는 군인, 직장맘, 청년, 태양광, 항공엔진편 등으로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꾼 뒤 자체 조사에서 2012년 12위였던 한화그룹 브랜드 순위는 2016년부터 7위로 5계단 올라섰다.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매년 2200∼40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평판, 신뢰도, 호감도, 사업성과, 제품·서비스의 품질을 물어 조사한 결과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 성적표도 좋아졌다. 21일 현재 한화그룹의 페이스북 페이지(한화데이즈)에 ‘좋아요’를 누른 팬 수는 107만 명으로, 롯데(197만 명) 현대자동차(168만 명)에 이어 3위다. 한 주간(6∼12일) 페이지 콘텐츠에 댓글이나 ‘좋아요’ 등이 달린 전체 리액션 숫자는 7700회에 달한다. 올 초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선보인 ‘나는 선수다’ 광고는 그룹 광고 중 최다 조회수(531만 회)를 기록했다.

한화는 다음 달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위원장 최선목)를 신설해 ‘세상과 사회의 조력자’를 테마로 한 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캠페인도 새로 시작할 예정이다.

글로벌 소통도 강화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소셜 벤처 트리 플래닛과 함께한 숲 만들기 프로젝트로 국내와 중국, 몽골 등 6개 지역에 49만 그루의 ‘한화 태양의 숲’을 조성했다. 글로벌 홍보 영상은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머큐리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글로벌 웹사이트 연간 방문자 수 312만 명을 넘겼다. 2015년 134만 명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성과로 주목받은 박 상무는 이번 주 프랑스에서 진행된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4명의 한국인 심사위원 중 광고회사가 아닌 일반기업 출신은 박 상무가 유일하다. 다른 기업 소속으로는 글로벌 맥주 회사인 암베브, 하이네켄과 버거킹의 마케팅 및 브랜드 총괄 책임자가 심사위원에 포함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