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러 국빈 방문
메드베데프 총리와 ‘철도·에너지·전력사업 공동연구’ 합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월드컵 한·멕시코전 관람 계획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러시아 연방하원의회(국가두마) 연설을 시작으로 2박4일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러시아 의회 연설이다. 현직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9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있는 의회에서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지금 한반도에는 역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남·북·미는 전쟁과 적대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3국 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내가 자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가능성에 동참하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뤄내는 데 함께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지혜와 한국의 지혜, 여기에 북한의 지혜까지 함께한다면 유라시아 시대의 꿈은 대륙의 크기만큼 크게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항일 독립투사들의 러시아 망명 투쟁, 1990년 수교로 결실을 맺은 북방정책 등 양국 우호의 역사를 회고했다. 또 자신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푸시킨 등의 러시아 문학 작품을 사랑하는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러시아 문학은 휴머니즘의 교과서였다. 인간의 존엄성과 영성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통해 물질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남겨주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의원 400여명이 연설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어 크렘린궁 옆에 2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안치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가 2차 대전 중 희생된 국민들을 기리는 애도의 날인 6월22일을 하루 앞두고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함으로써 러시아 국민들의 희생을 추모했다”고 밝혔다. 6월22일은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날로 러시아에서는 ‘대조국전쟁’이 시작된 날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정부청사 영빈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나 철도·에너지·전력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 공동연구 추진에 합의했다. 한·러 양국은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 내 재외국민, 고려인 동포, 러시아 인사 등 200여명과 한·러 우호친선의 밤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 월드컵 축구 조별예선 한·멕시코전을 관람한 뒤 귀국한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