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 “경찰국가 최악은 모면”
경찰은 표면적으론 정부가 발표한 합의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입장문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된 민주적 수사제도로 전환했다”며 공식적인 환영의 뜻도 내놨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컸다. 서울경찰청 소속 직원은 “양 기관을 상호협력관계로 설정한 것은 경찰의 위상을 높여준 측면은 있다”면서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사 지휘가 보완수사 요구로, 불기소 송치가 불송치 통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현재와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경찰 간부는 “1차적으론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했지만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절반의 수사권’으로 전락할 것 같다”며 “정치권력과 연계된 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 범죄 등 ‘특별수사’가 필요한 사건들에 대해선 여전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구조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제한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거셌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법적 판단의 영역인 수사종결 문제를 아무 권한이 없는 경찰에 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검사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 역시 수사의 밀행성·적기성 등을 고려하면 ‘정의 지연’ 정도가 아니라 ‘정의 구현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경찰에 모든 수사권한이 집중돼 ‘경찰국가’로 회귀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안도감이 새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지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에 남아 있고 특수·인지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권이 남았다”며 “오히려 자치경찰제와 수사심의위원회 등이 시행된다면 경찰의 답답함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우·박사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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