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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중국, 北 버려야" 칼럼 쓴 中작가…딸 협박글 5700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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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판해온 중국인 저술가가 최근 시 주석 정권을 비판하는 책과 글을 발표한 뒤 악의적인 SNS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본인은 물론, 16세 딸을 공격하는 외설적이고 위협적인 게시물이 최소 5700개 쏟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56)을 인터뷰했다. 덩은 11년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은 북한 김정은을 버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해고됐다. 그 뒤 사상적 자유를 찾아 미국에 망명해 2018년부터 아내와 두 자녀와 필라델피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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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판해온 중국인 저술가 덩위원이 최근 시 주석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책과 글을 발표한 뒤 악의적인 SNS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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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이 본격적으로 SNS 테러를 당한 건 지난 2월부터라고 NYT는 전했다. 당시 덩은 시 주석의 간부들을 마오쩌둥(毛澤東)의 추종자였던 4인방에 비유하는 글을 발표했다. 4인방은 문화대혁명 기간, 마오쩌둥의 옆에서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장악했던 사람들이다.

또한 덩은 지난 4월 "중국 공산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책『최후의 전체주의』를 출간했다. 공교롭게도 그 뒤부터 덩의 SNS에 악성 게시물이 쏟아졌다고 NYT가 전했다. 팔로워가 10만명인 그의 SNS에는 "덩은 반역자이며 미국의 도구"라는 비난이 올라왔다.

문제는 덩의 16살 난 딸까지 공격하는 글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미국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에 따르면 덩의 미성년자 딸을 공격하는 게시물은 최소 5700개였다. 클렘슨대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따르면 중국 보안 당국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덩과 16세 딸을 겨냥한 SNS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덩의 딸을 '마약 사용자, 매춘부'로 묘사한 글이 올라왔다. NYT는 "'300달러(약 41만원)에 성관계'라는 광고 문구가 달린 조작된 사진에는 딸의 얼굴과 헐벗은 여성 사진이 겹쳐졌다"면서 "덩의 딸을 성폭행하면 8000달러(약 1105만원)를 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 설립자인 대런 린빌은 NYT에 "딸까지 표적으로 삼는 건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덩은 NYT에 "문제의 글을 삭제해봤지만, 삭제하면 다음 날 또 다른 계정으로 공격당한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삭제된 게시물의 흔적도 수년간 온라인에 남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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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56). 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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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NYT에 "중국은 자국 밖에서도 정부의 정당성이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위협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정부는 반체제 인사의 집 근처에 전단을 붙이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미국에 합법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려는 마피아 스타일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은 미국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은 사법 당국과 미국민이 중국 공산당의 전술을 이해하도록 교육하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 비판자들이 타깃인 SNS 공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런 린빌 설립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전략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연방법은 심각한 온라인 괴롭힘이나 위협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 법이 중국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덩위원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논평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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