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폭력아웃(DSO) 하예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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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못 잡아요" "피해자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디지털성폭력아웃(DSO) 하예나 대표( 사진)는 불법촬영물, 이른바 몰카 동영상을 경찰서에 신고하러 갈 때마다 이런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고 한다.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수사가 어려운 이유부터 늘어놓고 피해 당사자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 하 대표의 설명이다.
이처럼 하 대표가 이끄는 DSO는 불법촬영물이 인터넷에 유포돼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출범 당시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라넷 폐쇄 운동에 가장 먼저 앞장 섰던 시민단체가 바로 DSO다. 이들은 음란물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불법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고 피해자가 원할 경우 경찰 수사에 대한 조언을 해주거나 피해자 대신 직접 고발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활동은 국회와 경찰을 움직였고 2016년 여름에는 100만여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소라넷' 사이트를 폐쇄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하 대표는 여전히 충분한 증거자료를 들고 가도 이건 수사가 안 된다는 말을 경찰로부터 너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따라서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 경찰의 접근이 성차별적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편이다.
하 대표는 "여성인 홍대 몰카범의 경우 사건 당시 장소와 그 곳에 있던 인원 등이 특정돼 빠른 검거가 됐다고 하지만, 남자 몰카범을 신고하면 몰카 속에서 범인의 얼굴과 범행 장소를 알 수 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게다가 여성인 홍대 몰카범은 포토라인에 섰지만 그동안 몰카범은 대부분 남성임에도 몰카범이 포토라인에 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에게 '불법촬영물을 완벽히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대표는 "인터넷 특성상 한 번 유포되면 끊임없이 퍼지고 어디로 숨어버릴지 모른다"면서 "20년 전 퍼졌던 연예인 동영상도 아직 해외 사이트에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불법촬영물은 촬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포되기 시작하는데, 심지어 몇 년 후 뒤늦게 유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일부 여성들은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시절 찍은 이른바 몸캠 사진이나 동영상이 뒤늦게 유출된 걸 알고 안절부절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불법촬영물을 단순 음란물과는 달리 디지털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촬영 당시 상호 간의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촬영물이 인터넷 등 외부에 유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피해 당사자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법촬영물은 동영상 유출자, 헤비 업로더, 웹하드 또는 음란사이트 등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하 대표는 "현행법상 불법촬영물을 보는 사람은 처벌할 수 없고 유포한 사람도 성폭력 의도가 있었는지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가 적용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 포르노처럼 불법촬영물도 다운받거나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해야 하며 아동·청소년 몰카는 외국처럼 '아동 학대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법촬영물 근절에 적극적인 하 대표에게 고민이 있다면 바로 재정 문제다. DSO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 없이 오로지 일반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돼 재정이 열악한 편이다. 마포구 상수동에 차렸던 사무실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강동구 길동으로 옮긴 상태다.
하 대표는 "일각에서 DSO가 웹하드 업체와 유착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외부 강의가 있으면 받은 강의료를 활동비로 쓰곤 했는데, 근거도 없는 얘기로 인해 외부 강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디지털성폭력 영상을 반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이런 오해까지 받으니 괴롭다"면서 "DSO는 디지털성폭력을 뿌리 뽑는 날까지 피해자 지원과 디지털성폭력 대응방안 마련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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