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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수사권 조정, 경찰은 명분. 검찰은 '실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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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경찰은 안도하면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변모하게 됐다는데 의의를 두면서도 일선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며 불만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사진=연합뉴스


■“검경 동등한 입장 관계 재설정으로 권력 균형 잡혀”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양 기관을 상호 협력 관계로 지정했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도 폐지했다. 검경 관계가 그간 지휘·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수평적 관계로 재설정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경찰은 우선 검찰과의 관계 재설정으로 60년 숙원인 수사·기소 분리에 한 발짝 다가서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서 오랫동안 이슈였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후련한 기분이 든다”며 “대외적인 면에서 경찰이 검찰 아래가 아닌 동등한 입장이라는 국민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사실 당연한 것이다. OECD 국가 중에 검찰과 경찰 관계를 수직적이라 표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미 우리나라 검경 관계에서도 실무진 사이에서는 협조라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한 일선 경찰서 직원은 “검경 권력에 대한 균형이 잡히니까 경찰도 좋고 국민도 좋은 것”이라면서 “대기업 회장이나 유명인 관련 사건을 검찰이 뺏어가거나 전관예우 등을 따지고 했는데 이제는 공정한 수사가 조금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달라지는 건 없어”…영장청구권 언급도 빠져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아쉬움을 표명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경 관계 재설정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전혀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등 검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며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 말고는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60년 이상 지속되던 상하관계에서 경찰이 협력의 대상이 되고 상호 협력 관계로 인정된 것 외에는 얻은 것이 없다”며 “결국 경찰은 명분만 챙기고 실리는 검찰이 다 챙겼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경찰서 관계자는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게 됐지만 실무적으론 크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찰의 1차 수사에 언제든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섣불리 반응을 내긴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면서도 “수사하는데 있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문제가 빠져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는지 아니면 더 많은 우선권을 주장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영장청구권 없는 수사권 조정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에 따라 현재 영장 청구 주체는 검사로 한정돼 있다. 경찰 수사 시 압수수색으로 대물(對物)에 대한 증거 확보, 체포에 따른 대인(對人)에 대한 증거 확보가 중요한데 영장청구권이 없어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다. 실질적으로 경찰 수사의 독자성 확보를 위해서는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제한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모 경찰서 형사팀 관계자는 “일선 형사들이 수사할 때 압수수색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현재 영장청구권이 검사에게 있어 이를 기각하면 경찰 수사가 어려워질 때가 많았다”며 “수사주체에게 영장청구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번 합의문에 영장청구권에 대한 부분이 모두 빠져 너무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서 수사팀 관계자는 “워낙 검찰 조직의 힘이 센 탓에 영장청구권을 경찰이 갖게 될 것이라고 애시 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솔직히 일선에서는 수사종결권보다 영장청구권을 원한다”며 “수사 종결보다 증거를 수집하면서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증거 수집에 좀 더 자유로운 것이 실무진에서는 더 선호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를 협박하는 피의자를 검거한 후 2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사가 불청구해 석방된 피의자가 4일 만에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이진혁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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