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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fn★인터뷰] 김해숙, 명배우다운 열정과 책임감 “아직도 연기할 때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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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사진= 이승훈 기자


배우 김해숙이 연기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을 보였다.

김해숙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fn스타와 만나 영화 ‘허스토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작에 대한 책임감과 촬영하며 느낀 바를 전했다.

김해숙이 주연을 맡은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판결인 '관부 재판'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의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해숙은 피해 할머니 배정길로 분해 호소력 짙은 연기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촬영하는 동안 한 인간으로서 많이 아팠다. 가슴 아팠다는 표현마저도 죄송하다. 일본 촬영 추진을 했는데 쉽지 않았다. 허락이 잘 안됐다. 연기를 하며 이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겪은 아픔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연기를 하기에 너무나 힘들었다. 또한 아들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마음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김해숙은 가슴에 멍이 들었다는 표현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촬영하며 숱하게 기도했다. 연기를 잘 하는 것보다 피해 할머니의 심정을 대변해서 그 자리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였다. 재판장에서 당당하고 싶었다는 김해숙은 눈물을 참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허스토리’는 위안부의 과거의 아픔보다 현재에 집중한다. 매 장면이 다 힘들었지만 자신의 인생과 일본 판사에게 말하는 신이 가장 힘들었다. 일본에 맞서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자신 이야기의 결말이었다. 일본에 당하고 또 괴로운 현재에 용기를 내고 맞서 싸우는 재판 씬이 가장 큰 메시지다.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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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승훈 기자


그런가 하면 ‘허스토리’는 김희애와 김해숙, 예수정, 이용녀 등 충무로의 신스틸러들이 모였다. 극 중 김문숙 단장으로 분한 김희애가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작은 단역들 모두가 존재감을 빛냈다.

“예수정이나 이용녀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뜨거운 열정을 한 공간에서 나눴다는 게 정말 좋았다. 김희애와는 드라마를 두 번 정도 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사이인데 같이 늙어가고 있다. 김희애와는 오랜만에 봐도 예전의 정이 있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라 호흡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김해숙에게는 오히려 나는 너무나 많은 작품을 했기 때문에 매 작품마다 조금 비슷할 수 있었다. 그런 것과 항상 싸워야 했다. 점점 해가 가면 갈수록 많이 두렵다. 이번에도 내 자신을 다 내려놨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

한편 김해숙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다. 그는 필모그래피가 쌓일 때마다 함께 쌓여가는 걱정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연기 경력 44년, ‘국민엄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명배우임에도 김해숙은 다작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매 작품마다 조금 비슷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한다는 김해숙. 그는 다양한 작품 속 비슷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과 항상 싸워야 했다.

“나는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 늘 엄마만 연기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배우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항상 원하고 있다. ‘터널’의 특별출연도 장관이라는 역을 맡아 나의 색다른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신과 함께’도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주조연을 떠나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희애도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떨린다. 어떻게 떨지 않을 수가 있냐. 그 누군가의 삶을 연기로 보이는 것이 너무나 긴장된다. 아주 어린 배우들이 선생님도 떠냐고 물어보더라.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열정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김해숙에게 인생 작품은 어떤 것일까. 이에 김해숙은 ‘박쥐’와 ‘도둑들’을 뽑았다. ‘박쥐’는 김해숙에게 스스로가 배우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김해숙에게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라는 거장이 배우로서의 재능을 꺼내 영화로 보여줬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이어 ‘도둑들’은 엄마가 아닌 여배우로의 김해숙을 보였다. 김해숙은 이에 대해 앞으로도 그런 역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동훈 감독은 그 나이에 그 당시에 멜로를 할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는데 그 안목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 ‘허스토리’는 김해숙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제 마음속 뜻 깊은 작품이다. 배우로서도 새로웠고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넓게 보게 됐다. 나는 나 스스로를 남을 배려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 생각이 부끄러웠다. 남의 아픔을 주위 깊게 보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저도 이 나이에 잘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할머니들의 아픔을 딛고 자기 자신을 딛고 그 연세에 일본까지 재판을 한 용기는 대단하다.”

한편 김해숙에게는 남다른 숙명이 있었다. 김해숙은 연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리로 보여야 하는 숙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품 속의 본인들과 치열하게 싸운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내내 김해숙은 배우의 진면모를 드러내며 숱한 고민들을 전했다. 다작과 캐릭터, 책임감, 끊이지 않는 원동력. 이것이 김해숙이 명배우로 불리는 까닭이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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