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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n스트리트]세계 난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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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정가에 뜻하지 않은 파문이 번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면서다. "이 나라가 모든 법을 준수하되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불법 입국자들로부터 자녀들을 강제 격리하는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무관용 원칙'을 겨냥한 쓴소리였다. 트럼프 내외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듯이 미국 사회는 중남미 출신 불법 이주자 수용 문제로 사분오열 상태다.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해묵은 이슈인 난민 문제가 근년에 유럽 정치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몇 년 새 정권이 바뀐 경우도 부지기수다.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동유럽에 이어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도 반난민정책을 앞세운 세력이 집권했다. 유럽연합(EU) 안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정책을 펴온 독일도 70년째 한솥밥을 먹어온 기민당과 기사당이 결별 위기를 맞고 있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며칠 전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2주 내 난민유입 감소방안을 내라"고 치받으면서다.

예멘 출신 난민들의 제주 체류 수용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015년 내전 발발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거쳐 무사증 지역인 제주로 온 예멘인은 561명으로, 이 중 현재 519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들 난민을 수용하는 데 반대하는 내용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한 동의가 18일 20만명을 넘겼다.

이번 사태로 한국도 난민 문제라는 글로벌 이슈의 무풍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상당수 네티즌이 "그 사람들 중에 IS나 극렬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없다는 걸 누가 보증하나"라는 등 갖가지 수용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그 근저엔 일자리난 등 중산층 이하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이는 멕시코 이민 유입에 부정적인 미국 블루칼라층의 기류와 본질 면에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사해동포주의라는 명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면? 더 늦기 전에 국민적 컨센서스부터 모은 뒤 난민수용 인프라를 내실 있게 구축해 나갈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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