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명 입국해 96% 난민신청…무사증 원인 꼽히자 입국 불허국 포함
19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 948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이는 지난 한해 312명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예멘인이 519명(전체 54.7%)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중국인 293명(30.9%), 동남아시아 국가 등 기타 136명(14.4%)으로 집계됐다.
장기간 내전이 빚어진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는 지난 한 해 42명에 비해 올해 5개월 만에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20명의 예멘인이 더 난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인이 제주에 오는 사례는 2015년 말까지 전혀 없었다가 2016년 10명을 시작으로 2016년 10명, 지난해 52명, 올해 현재까지 561명 수준이었다.
제주에 오는 예멘인들은 내전을 피해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제주 등 다른 나라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사증 제도를 실시하는 제주는 다른 곳에 비해 입국 자체가 수월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이웃 일본 등에서는 예멘인들의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제주에 온 예멘인 무널 비그샨(28)씨는 "고국이 내전 중에 있다. 한국 제주도는 장기간 여행할 수 있고, 그 기간 난민신청도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예멘인들이 제주에 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에 입국하자 도심지 길거리나 공원 등에서도 히잡을 쓴 여성 등 중동 국가 출신 외국인과 쉽게 마주치고 있다.
제주서 구호 물품 받는 예멘인 |
◇ 예멘, 무사증 입국 불허국가에 편입
제주에서 난민신청이 급증한 것은 무사증 제도가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제주도의 경우 2001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 입국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국인들은 제주에 무사증 입국한 후 정부의 파룬궁 수련 탄압을 이유로 난민 신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쟁이 장기화하는 중동 출신의 난민신청자까지 제주로 몰리고 있다.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는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최장 한 달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수개월 걸리는 심사 기간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예멘인의 제주 입국이 급증하자 법무부는 지난달 말 마련한 '제주특별자치도 무사증 입국 불허국가 및 체류지역 확대허가 국가 지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예멘을 입국 불허국가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 세계 206개 국가 중 예멘과 시리아, 이란, 나이지리아 등 12개국 국민의 제주 입국이 불허됐다.
이달에는 예멘인들의 추가 입국이 없는 상태다.
제주에 온 중동 예멘인 |
◇ 난민법 악용…소송 땐 최장 3년 더 체류
난민법은 2013년 인도적 차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첫해 신청자가 1명에 불과했다가 2014년 318명,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 등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실제 난민 자격을 받은 외국인은 현재까지 1명에 그치고 있다. 난민 자격을 받은 1명은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난민신청이 불허되더라도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을 진행하면 그 소송 기간인 최장 3년을 더 체류가 가능하다.
난민신청자는 이처럼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업무를 보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담당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통역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난민이 맞는지, 불법 취업을 목적에 둔 것인지를 심사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지만 거짓진술을 하면 일일이 가려내기 힘든 형편이다.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3일에는 '가짜 난민'인 중국인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2015년 12월 무사증으로 입국한 후에 난민신청을 하고 체류하면서 일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외국인등록증을 위조, 1년 5개월간 불법체류도 했다.
가짜 난민신청을 도운 전직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이 실형을 받기도 했다.
제주지법은 지난 1월 12일 외국인의 체류자격을 늘려주기 위해 가짜 난민신청을 알선해 온 혐의로 기소된 임모(62)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2014∼2016년까지 부산출입관리사무소 직원 A씨에게 수천만 원을 건네고 난민접수 내용을 빼돌린 후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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