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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명사의 서가]"낙선·부상으로 힘들 때 '서희'에서 정치하는 이유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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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부 장관의 애독서 박경리의 '토지'

낙선·골절 등 슬럼프 때 '정치를 하는 이유' 고찰 기회

차별없는 세상 일조 희망..."여성도 전문성ㆍ경제력 갖춰야"

"좋은 정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책 쓰고파"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난 뒤 친구가 시간 있을 때 보라며 ‘토지’ 전집을 선물했어요. 막상 당시에 읽지는 못하고 이듬해인 팔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어 외부활동이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이 책이 생각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전부 토지를 읽는데 썼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 때 토지라는 책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이데일리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 인생의 책으로 고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꼽았다. 토지는 집필기간만 25년(1969~1994)에 이르는 대하장편소설이다.

김 장관은 “그 때는 왜 토지에 푹 빠졌는 지 잘 몰랐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희’라는 인물이 나와 비슷하다 싶었다”고 했다.

“서희는 목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준비해 결국 이뤄냈어요. 내가 갖고 있는 성향과 기질이 서희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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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포기않는 서희보며 정치 투신 초심 되새겨

토지의 주인공 서희는 할머니인 윤씨부인으로부터 금괴를 전해 받고 야반도주를 하다시피 간도로 향한다. 서희는 그곳에서 사업을 일궈 큰 돈을 벌어 독립운동가들에게 독립자금을 대준다. 고향인 하동으로 돌아와 최참판댁을 되찾는다.

김 장관은 “국회의원 선거 낙선 후 힘들던 시기에 토지를 읽으면서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서희의 인생을 보면 지금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의지와 대범함,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찾는 인품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아마 서희가 정치를 했으면 저보다도 잘 했을 겁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는 서희의 강인함과 자 하는 강인함과 의지, 노력을 보면서 정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의 초심을 생각하게 됐어요.”

김 장관은 토지를 읽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던 결심을 다시 굳혔고 힘을 얻었다며 포기하고 싶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토지를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했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 남녀평등의 필수조건

김 장관은 노조간부 출신 노동운동가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사회에 양성평등이 뿌리내리는데도 많은 역할을 했다. .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직장 내에서의 남녀차별을 목격하면서부터였어요. 노동운동을 하면서 성차별 해소를 위해 남녀고용평등법 제·개정에 참여했죠.”

김 장관은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남편이 외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참고 살았던 것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독립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작가 김영주 “좋은 정치인에 대한 책 쓸 것”

김 장관은 그동안 ‘열정에서 긍정으로’(2007), ‘1%의 힘 세상을 바꾼다’(2010), ‘영등포의 정치와 문화 이야기’(2013) 등 책 3권을 썼다.

이중 김 장관이 가장 애착을 갖는 책이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 뒤 ‘1%의 힘 세상을 바꾼다’이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전여옥 전 의원과 영등포(갑)지역에서 맞붙었지만 1.25%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김 장관은 “낙선 이후 당시의 정치현실을 보면서 1%의 유권자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다시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면 아픈 국민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생활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와신상담끝에 김 장관은 19·20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된 후 지난해 8월 여성 최초의 고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영등포의 정치와 문화 이야기’도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책이다. 이 책은 김 장관의 남편인 민긍기 창원대 교수와 함께 작업해서다.

그는 “남편이 ‘영등포에서 정치를 할 사람이면 영등포가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한다’며 영등포라는 곳의 역사와 지명 이야기를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이후 남편에게 공동집필을 제안했다. 정치인인 저는 정치활동을 통해 영등포를 얼마나 바꾸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남편은 영등포의 문화역사와 영등포를 어떤 문화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책 한권을 더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좋은 대통령을 뽑으면 어떻게 나라가 바뀌는지, 좋은 국회의원을 뽑으면 그 지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내용의 책을 떳떳하게 쓸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정말 정의로운 정치를 하고 목표한 것을 많이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여성 최초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고용노동행정의 선진화라는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한 뒤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의 성과물에 대해 정리하는 책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1955년 서울 △무학여고 △방통대 국문학과 △서강대 경제학 석사 △전국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17·19·20대 국회의원 △통합민주당 사무총장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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