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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자수첩]우후죽순 통일펀드, 진짜 통일펀드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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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최근 ‘통일펀드’가 말 그대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나왔다가 수년간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사라진 통일펀드가 남북 긴장 완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만 통일펀드로 27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이 중 6월에 들어온 자금만 238억원에 이를 정도니 최근 통일펀드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실감할 만 하다.

하지만 이 중 정말 통일펀드라고 불릴 수 있는 펀드가 몇 개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하이자산운용의 ‘코리아통일르네상스’ 펀드는 지난 4월 기준 포트폴리오에 지니뮤직(043610), 휠라코리아(081660), 사람인에이치알(143240) 등이 투자 상위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통일이 이뤄지면 소비 시장이 커진 후를 노린 종목이고 사람인은 통일 후 인력이 필요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기대감만으로 선택한 종목이란 얘기다. 현재 상황에서 정말 통일이 이뤄질지, 소비시장이 언제 개방될 지 아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지니뮤직은 통일과 상관없이 ‘전략적’으로 선택된 종목이다.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통일코리아’ 역시 남북 경협주로 자주 언급되는 포스코(005490), 현대건설(000720), 현대제철(004020) 등이 투자 상위 종목이지만 경협주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신세계(004170), 한화생명(088350) 등에도 상당 비중 투자하고 있다. KB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은 기존 펀드를 통일펀드로 리모델링했다. 기존 펀드가 통일과 전혀 관계없는 펀드였기에 포트폴리오에는 지난달까지도 남북 경협주가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통일펀드 같은 테마펀드는 심사숙고해서 상품을 준비해 출시하기보다 판매사의 압박에 급하게 만들어내는 상품이 많다”며 “무분별하게 통일펀드를 만들어내는 운용사도 문제지만 투자자도 꼼꼼하게 펀드 성격을 따져보고 투자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남북관계 긴장완화는 물론 둘도 없는 투자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편승해 ‘눈 가리고 아웅’식 상품 출시로 투자자를 호도하는 행위는 경계해야한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정책에 힘입어 우후죽순 쏟아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녹생성장펀드의 말로를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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