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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매경춘추] 입양인의 `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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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도에서 호주로 입양된 한 청년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친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 '라이언'(2016년, 감독 가스 데이비스). 정체성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던 입양인 '셰루'는 희미한 어린 시절의 과거를 하나씩 떠올리며 고향에 돌아와 마침내 친어머니와 극적으로 만난다. 이후 입양부모, 친생부모와 함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가슴 뭉클한 결말을 맺는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정체성 이론 전문가인 에릭 홈부르거 에릭슨은 "사람은 일생 동안 여덟 단계의 중요한 발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청소년기에는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이 시기에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지고 목적이 없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외국으로 입양됐다가 성장하여 청년기에 들어선 입양인들이 중앙입양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은 '나를 낳아준 부모가 누구인가, 왜 나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 보냈는가?' 궁금해 한다. 입양 당시 자료나 기록들을 토대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뿌리 찾기(가족 찾기)'를 시도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최근 미국으로 입양된 딸이 우여곡절 끝에 29년 만에 한국의 친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 정 모씨는 지금까지 딸이 태어난 것도 몰랐고, 입양된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왔다고 한다. 사정을 살펴보니 임신 상태였던 연인과 헤어진 뒤 연인이 홀로 출산했고 생모는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어 입양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과거 입양 기록들 중에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한 사례가 매우 많다. 따라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낳아준 부모 또는 가족은 누구인지 알고자하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채워주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의 불씨를 꺼뜨릴 순 없다. 기록이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면 주위 사람들 기억이나 단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불과 서너 줄의 과거 기록 혹은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단서만 있다면 영화 속 '셰루의 기적' 같은 만남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원득 중앙입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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