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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문배달 소년, 美 메이저 신문 오너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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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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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때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신문 '이브닝포스트'를 배달했다. 신문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기 전에 나는 윤전기 소리와 잉크 냄새를 여전히 기억한다. 인쇄출판 사업은 디지털 시대 압력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 생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미국 6대 일간지이자 미국 서부 지역 최대 권위지로 꼽히는 LA타임스(LA Times) 새 주인이 된 패트릭 순 시옹(Patrick Soon Shiong) 회장(65·사진)이 17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인수 이유'를 담은 광고를 냈다.

중국계 의사로 알려졌던 그가 왜 굴지 신문사를 인수하게 됐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자세히 담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 '저널리즘을 살린다'는 또 다른 드림을 만들기 위해 인수했다는 것이다. 순 시옹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피해 중국 광둥성을 떠나 남아공까지 오게 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그는 남아공 항구도시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에서 자랐다. 14세가 되자 돈을 벌기 위해 신문 배달을 해야 했다. 그는 "신문은 내 피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브닝포스트'를 매일 읽으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아래에 있는 비백인(non-white)이란 의미를 알았다. 인종차별의 사악함과 그 결과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순 시옹은 "저널리즘 환경이 어렵지만 민주주의와 자유 사회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저널리즘 기능에 감사하며 (LA타임스를) 인수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남부 캘리포니아는 상상할 수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가족을 이뤘으며 의학과 과학이 진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곳이다. 수십 년 동안 LA타임스 독자로서 정직성과 공정성을 보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뉴스그룹을 만들고 LA타임스와 유니언트리뷴을 인수했다"고 강조했다.

순 시옹은 남아공에서 유년 생활을 보낸 뒤 미국으로 이주해 외과 의사로 크게 성공했다. 그는 최초로 '췌장 이식수술'을 성공한 의사로 유명했다. 이후 바이오테크 기업인 낸트웍스(NantWorks)를 창업해 큰 부를 축적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며 블룸버그는 그의 재산을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 미국 내 재산 순위 47위)로 추산했다. 지난 2월 미국 언론재벌 트롱크에게서 LA타임스를 인수하기로 한 순 시옹 회장은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LA타임스는 구독자 43만여 명을 지닌 미국에서 6번째로 큰 일간지이며 온라인 독자도 3000만명에 달한다.

순 시옹 회장은 LA타임스 등을 인수하는 데 총 5억달러(약 5500억원)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순 시옹 회장은 3개 매체가 소속된 '캘리포니아 뉴스그룹'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아시안·아메리칸 중에서 미국 주요 언론사를 소유한 첫 인물이 됐다. 순 시옹 회장은 취임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LA 도심에 있는 LA타임스 사옥을 도심에서 20㎞ 정도 떨어진 엘세건도(El Segundo)로 옮길 계획이다. 아르데코풍인 LA타임스 사옥은 LA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LA타임스 주변에서는 순 시옹 회장이 기자 1200여 명과 25개 국외 지국을 둔 조직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순 시옹 회장은 그러나 편집국 독립 체제로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가짜뉴스는 우리 시대의 암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짜뉴스에 대한 해독제를 제공하려면 편집권 독립성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룹 미래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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